社 說

안전한 일터를 소망하는 노·사·민·정의 뜻을 모아 28년 만에 전부 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 1월 16일 시행에 들어갔다. 그 뒤로 한 달여가 지난 지금 현장의 분위기는 어떠할까. 분명한 건 크게 반기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노동자를 위험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법인데 노동계가 냉소를 보내고, 기업가들이 강조하는 안전경영에 법적 책임과 권한을 확대해 줬는데 과하다고 원성이다. 정부는 최선을 다했다 하고 국민은 부족하다 한다.

무엇이 제도와 현장의 괴리를 불러온 것일까.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노동자) 문제다. 전부 개정 산안법은 법의 보호대상을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특고노동자인 건설기계운전자(27종),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대리운전기사 등 9개 직종이 새로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를 받게 됐다. 이들 특고노동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자는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최초 노무 제공시에는 2시간 이상 교육을 해야 하고 특고노동자가 밀폐장소 등 특별교육 대상 작업을 할 때에는 특별교육을 16시간 이상 실시해야 한다.

안전교육 강화라는 취지는 당연히 좋지만 현장에서 원활히 시행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일례로 특고노동자인 건설기계운전사가 안전보건교육 대상이 되었는데,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건설기계 종류만 무려 27종에 달한다. 불도저, 굴삭기, 로더, 지게차, 덤프트럭, 기중기, 쇄석기, 항타 및 항발기, 천공기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많은 직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갑자기 각자의 위험에 맞는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켜야 하니, 현장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법 시행 초기다보니 관련 교육자재나 시설 등도 부족하고 이를 뒷받침할 민간 안전교육기관도 아직 완전히 지원체계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 건설현장에서는 건설일용근로자 기초안전교육처럼 정부 차원에서 건설현장 특고자들에게 의무교육을 받게 하고 현장에서는 교육증만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안전보건의 사각지대에 있던 계층이 갑자기 보호의 테두리 안에 대거 들어오면서 산업현장은 당황하고 있다. 산안법의 보호를 받고 안전보건교육을 받아야하는 이들도, 이들을 법 안에서 보호하고 교육시켜야 하는 이들도 처음 겪는 과정에 막막해 하고 있다. 이게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전부 개정 산안법의 부정할 수 없는 단면이다.  

이제 정부는 그저 법에 따른 의무를 강제할 것이 아니라, 현장이 효과적으로 법의 의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하게 이끌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 정부의 손이 부족하다면 민간안전보건단체와 적극 협력하고 이들의 전문성에 현장이 기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소규모 프랜차이즈 가맹점 소속 노동자 등 제도의 테두리 안에 들기를 바랐으나, 이번에 진입하지 못한 이들의 실망도 보듬어야 한다. 이처럼 안전보건의 사각지대에 남겨진 소외자들을 향후 어떻게 보호할지, 정부가 지금부터 계획을 고민하고 세심하게 준비해 나가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존귀한 법이다. 그 가치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조금만 더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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