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고체화로 탱크 진입불가한 탓

지난해 9월 28일 오전 울산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 중이던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9월 28일 오전 울산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 중이던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울산해양경찰서는 작년 9월 울산 염포부두에서 발생한 2만5881t급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화재사고에 대한 합동감식 결과, 사고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해경은 지난해 11월 소방청,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유관기관과 함께 합동감식에 착수했다. 당시 해경은 폭발화재가 시작된 곳으로 추정되는 9번 우현탱크 주변의 갑판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봤으나, 해당 지점에 보관 중이던 스티렌모노머(SM)가 고체화되면서 탱크 내부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이후 해경은 고체화된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선주사와 방법을 논의했지만 현재까지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선주사 측은 해상 등 제3의 장소로 선박을 옮겨 스티렌모노머를 제거하는 방법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의 한 관계자는 “고체화된 화학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이 워낙 위험하다보니 손 쓸 방법이 없다”며 “현재까지 사고원인은 미상이고 추가 감식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화재·폭발 원인은 스티렌모노머의 중합 반응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합반응은 분자가 결합해 더 큰 분자량을 가진 화합물이 되는 현상으로, 이 과정에서 열과 압력이 발생한다. 실제로 사고 직전 선박의 온도가 상승하고, 7분간 유증기가 분출되는 등 중합 반응의 징후가 감지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지난 4일부터 이틀간은 사고 선박에 보관돼 있던 약 890t의 선박용 연료유 하역작업이 이뤄졌다.

해경의 한 관계자는 “선주사 측이 사고 선박을 처리하기 위해 타 업체에 연료유를 처분한 것”이라며 “연료탱크 안에 보관돼 있던 윤활유는 사고피해를 받지 않아 재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9월 28일 오전 10시 51분께 울산시 염포부두에 정박돼 있던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선적 케이맨 제도·승선원 25명)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거센 불길은 이 배 옆에 정박 중이던 6583t급 석유제품운반선 ‘바우달리안’호(선적 싱가포르·승선원 21명)로도 옮겨 붙었다.

울산해경과 소방당국이 나서 1시간여 만에 두 선박에 탑승한 외국인 선원 총 46명을 무사히 구조했으나 하역 근로자, 소방관 등 18명이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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