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발생에 연령·직장규모 보다 성별이 영향 커

근육통 등 질병을 경험한 근로자의 비율이 성별에 따라 최대 2배나 차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장 내 대부분의 안전규정이 표준 남성 근로자상을 기준으로 설정된 것이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 따라, 젠더관점을 반영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작업장에서의 여성근로자 보건안전 현황과 개선방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조사대상은 여성 노동자 1만5609명, 남성 노동자 1만4493명이었다.

발표에 따르면 성별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은 0.188로, ‘수치가 양수(+)이면 변인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를 고려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는 교육수준(0.257)보다는 낮지만 연령(0.174), 사업장 규모(0.010)보다는 높은 수치다.

◇안전정보 제공 현황도 확연히 달라
구체적으로 특정 질병의 경우 여성과 남성의 발생 비율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먼저 팔 부위 상지근육통 발생 분포를 보면 서비스 종사자의 경우 남성은 17.7%, 여성은 35.7%가 근육통을 호소했다.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에서도 상지근육통 발생 분포는 남성이 27.6%, 여성이 36.9%였다. 기능원 및 기능 관련 종사자(남성 33.5%, 여성 44.6%), 단순 노무직 종사자(남성 15.1%, 여성 26.4%), 판매 종사자(남성 10.0%, 여성 16.0%) 등의 분야에서도 여성의 통증 경험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연구진은 “상지근육통뿐 아니라 하지근육통, 요통, 두통, 피로, 우울감 질환 등의 발생 비율도 여성 임금근로자가 남성 임금근로자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작업장에서 안전정보 및 안전소통창구 제공 현황, 안전보건위원회 존재 여부 측면에서도 여성 임금근로자가 남성 임금근로자보다 불리한 작업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일과 관련하여 건강과 안전에 관한 위험요인 정보 제공 받음 정도’를 설문한 결과, ‘매우 잘 받고 있음’이라고 대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혼합형 산업(남성 17.7%, 여성 11.2%)과 남성 집약 산업(남성 24.5%, 여성 14.7%)에서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특히 임신 여성근로자를 위한 안전보건 수칙이나 위험요소에 대한 안내 실시 여부를 살펴본 결과, 83.3%가 관련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아울러 연구진이 응답자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한 결과, 여성 노동자들은 매우 큰 중량물을 옮기지는 않지만 작은 물품들을 여러 개 반복적으로 옮기는 작업을 많이 하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부위의 근골격계 증상을 호소했다.

연구진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경우 작업장에서 다양한 위험 요소를 고려하여 정부와 사업주, 근로자로 하여금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규정들을 제시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대부분의 규정들이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사회적·심리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아 이에 대한 법 개정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한 산업안전보건법 재정비 ▲산업안전보건관련 의사결정과정에 여성 노동자 참여 보장 ▲젠더 차이를 고려한 실질적 위험성 평가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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