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ty Column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소방훈련이나 민방위훈련 등 각종 재난훈련을 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기구가 있다. 바로 구조대다. 구조대는 피난계단 등을 통해 피난할 수 없는 경우 응급적·보조적 피난수단으로 사용하는 기구다. 간단히 조작할 수 있어야 하며, 확실하게 작동하고 큰 불안감을 주지 않아야 하는 특징이 있다.

피난 기구의 종류로는 피난사다리, 완강기, 간이완강기, 구조대, 미끄럼대, 피난교, 공기안전매트 등이 있는데, 이 중 구조대는 건축물의 10층 이하에 설치하는 피난기구다. 비상 시 건축물의 발코니, 창 등에서 지상까지 포대를 설치하여 그 포대의 내부를 활강하여 탈출하는 구조로, 구조대는 피난 상 지장이 없고 안전한 강하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이로 하여야 한다.

구조대는 경사강하식과 수직강하식으로 분류한다. 경사강하식은 소방대상물에 비스듬하게 고정하거나 설치하여 사용자가 미끄럼 식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건축물의 개구부에서 지상으로 약 45도의 각도로 펼쳐서 그 각도에 의한 마찰로 하강 속도를 감속시킨다. 수직강하식은 소방대상물의 개구부에서 지상까지 수직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한 협축부에 의한 마찰로 하강 속도를 조절한다. 우리나라는 건축물과의 간격이 좁고 공간이 협소하여 수직강하식 구조대를 널리 사용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다중이용업소의 피난기구 타당성 여부에 관한 연구를 통해 소방공무원의 72.3%, 소방시설공사업체의 89.8%가 현재의 피난기구로는 많은 인명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구조대의 올바른 하강 자세를 숙지하지 못한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때문에 필자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여 대피자가 구조대를 사용하여 피난할 때 정확한 팔 자세 등 안전한 구조대 사용 방법에 관한 연구를 최근 진행했다.

먼저 수직강하식 구조대를 이용하여 피난할 때에는 하강 자세를 5종류로 분류하여 실험하였다. 첫째, 자연스럽게 양손을 위로 올리고 팔을 곧게 뻗은 자세를 취하였는데 이 자세는 포대와의 마찰을 최소화하여 신체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선정하였다. 둘째, 양팔을 옆으로 벌려서 구부린 후 양 팔꿈치가 구조대 포대에 밀착하여 내려오는 방법으로 하강할 때 속도를 양 팔꿈치로 제어하는 방법으로 선정하였다. 셋째, 양팔을 가슴에 모으고 하강하는 자세로 실험대상자가 쉽게 떠오르는 방법으로 선정하였다. 넷째, 양손을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서 하강하는 자세로서 양팔을 올리는 방법과 반대되는 동작으로서 차이점을 상호 비교하고자 선정하였다. 마지막으로 양손을 앞쪽 아래로 모아서 하강하는 자세를 선정하였다. 이 같은 자세는 실험 전에 대상자가 취할 수 있는 자세 중에서 쉽게 취할 수 있는 자세를 선별한 것이다. 다만 머리부터 거꾸로 하강하는 방법은 지상으로 추락할 위험성과, 추락 시 뇌 손상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제외하였다.
실험결과 다른 자세는 손등, 팔꿈치 등에 찰과상을 입은 반면 ‘양팔을 위로 뻗은 자세’는 신체 모든 부위에서 찰과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아 안전한 자세로 선정되었다.

한편, 수직강하식 구조대는 협축부가 불량일 경우 하강속도가 조절이 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수직강하식 구조대보다 경사강하식 구조대를 선호하고 포대도 우리나라와는 달리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해서 대피자의 탈출상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대피자가 혹시라도 미끄러져 내려가지 못하고 멈추는 등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포대가 투명으로 되어있어서 폐쇄공포증 등으로 인한 구조대 사용의 거부감도 해소시키고 있다.

구조대와 같은 피난기구 하나하나에도 사용자를 위한 선진국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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