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실련, ‘효과적인 산업안전 정책 수립을 위한 간담회’ 개최
재해다발 사업장 및 업종 대상 집중 투자 필요
고용노동부 “기술지도, 인프라 구축 등 직접사업 예산 늘릴 것”

 

산업안전 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예산 확보 방안을 도출해보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효과적인 산업안전 정책 수립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주최자인 신보라 의원(자유한국당)과 김진숙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 서기관, 윤양배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 정재희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등 유관기관 주요 인사를 비롯해 노총, 학계, 안전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명구 을지대학교 교수의 주제발표를 시작으로, 산업재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대책 및 예산 확보 방안에 대해 토론자 간 심층적인 논의가 이어졌다.

신보라 의원은 축사를 통해 “이번 간담회를 통해 현재 산업안전 정책의 부족한 점을 진단하고 각계 전문가들의 폭넓은 의견이 개진되기를 바란다”면서 “도출된 의견들은 향후 효과적인 산업안전 정책을 수립하는데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윤양배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은 “안전문화 수준을 제고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안전에 대한 관심과 투자”라며 “안전투자의 확대 문제는 정부가 선도적으로 나서야하며, 민간부문에서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를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전보건 교육사업 강화…교육비 지원
이날 이명구 을지대학교 교수는 ‘효과적인 산업안전 정책 수립을 위한 제언’을 주제 발표했다.

이 교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정부의 일반회계 출연금을 확대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재해다발 사업장 및 업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17년 전체 재해자수는 8만9848명이며, 산업재해로 인한 직.간접 손실액은 22조1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재해자수가 일부 산업과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별 사망재해 분포도를 살펴보면 건설업(29.59%)과 제조업(22.13%)이 전체 사망재해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아울러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재해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기준 20인 미만 사업장의 재해율은 0.79%로 평균 재해율(0.49%) 보다 0.3%p, 500인 이상(0.15%) 사업장보다 0.64%p 높았다.

이 교수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설업과 제조업,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교육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5인 미만 사업장 사업주의 안전보건교육 이수 및 고위험작업군 관리감독자의 직무교육을 의무화하고 이에 소요되는 교육비를 지원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한 안전보건문화정착 사업비 증액, 안전경영시스템 정착을 통한 자율안전 강화, 외부 전문가 활용에 따른 근로감독 강화 등의 대책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예산으로 이러한 정책들을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정부가 일반회계 출연금을 확대하여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노사정위원회(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는 지난 2006년 산재예방사업비에 대한 국고지원 규모를 기금지출예산 총액의 3%를 목표로 연차적.단계적으로 확보하도록 합의했다.

하지만 실제 정부의 일반회계로부터 산재예방의 투자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2018년도 정부 내 일반회계 전입금은 155억원으로, 이는 실제 기금의 약 0.3% 수준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현행의 산재예방 예산은 전적으로 산재보상보험기금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일반회계의 출연금을 3% 까지 집행한다면 지금보다 약 1000억원 이상을 산업재해 예방사업에 투입할 수 있다”며 정부의 일반회계 출연금 확대를 촉구했다.


◇소규모 사업장 재해 多…안전관리자 선임기준 강화해야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이근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김진숙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 서기관,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전승태 한국경총 산업안전팀장, 권순길 대한산업안전협회 대외협력국장, 김훈철 대한산업보건협회 본부장, 이명진 직업건강협회 사무국장, 갈원모 을지대학교 교수 등이 참여해 ‘효과적인 산업안전 정책 수립을 위한 예산 확보 및 활용 방안’에 대해 토의했다.

먼저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 소장은 정부가 산업재해 예방사업을 위한 일반회계 출연금을 확대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5조에 따르면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기금지출예산 총액의 100분의 3의 범위에서 정부의 출연금으로 세출예산을 계상하도록 되어있다. 김 소장은 이중 ‘총액의 100분의 3의 범위’라는 문구를 ‘총액의 100분의 3의 이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지난해 정부 내 일반회계 전입금 155억 중 약 67억은 산재보험보상기금 운영비로 사용된다. 그러면 실질적으로 산업재해 예방 및 보상에 사용되는 예산은 88억에 불과하다”면서 “건강보험료의 경우 정부에서 일반회계 기금으로 약 7조 정도를 편성하고 있는데, 이에 비해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투자는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설업기초안전보건교육비의 경우 사업주가 부담하고 있는데 건설현장 특성상 사업주가 없는 근로자들이 많기 때문에 개인이 부담하거나 교육을 이수하지 않고 현장에 투입되는 사례가 허다하다”며 “정부의 기금 확대를 통해 이들 교육비를 지원한다면 산업재해를 예방하는데 큰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권순길 대한산업안전협회 대외협력국장은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재해자수의 점유율이 상당히 높다며, 안전관리자 선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1997년 6월 11일 ‘기업의 비용부담을 경감하여 경쟁력 강화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안전관리자의 의무고용 인원 기준을 ‘3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50인 이상의 사업장’으로 완화했다”며 “이에 5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안전관리자 선임을 해지하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안전관리 기능은 급격이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전보건은 법률에서 정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듯이 단순히 비용의 개념을 넘어 사회의 공공재로서 투자하고 유지해야 할 부문이다”라며 “완화된 안전관리자의 의무고용 및 선임 기준에 대한 규제의 복원이 검토되어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를 축소해 나가야 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진숙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 서기관은 “내년부터는 융자사업과 관련된 예산은 줄이고 기술지도,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등 직접사업에 대한 예산 비중을 높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여 사회적 책무를 이행한다는 것은 사업주의 의무를 대행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가 의무를 잘 이행해서 근로자의 건강보호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사업주가 이행하기 어려운 부분에 예산을 투입해 지도.지원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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