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상황도 확인 않고 근로자 투입”

‘목동 빗물펌프장’ 사망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부 등 관계기관이 합동 감식에 들어가고 있는 모습.
‘목동 빗물펌프장’ 사망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부 등 관계기관이 합동 감식에 들어가고 있는 모습. 이미지 제공 : 뉴시스

 

지난 7월 31일 근로자 3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서울 양천구 빗물펌프장 수몰사고는 안전관리 소홀과 미흡한 안전의식이 불러온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서울시·양천구청 공무원 2명과 시공사·협력업체 관계자, 감리 안전관리자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기소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한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이들은 서울시 양천구 목동 인근의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등 방재시설 확충공사’ 현장의 저류시설에서 발생한 근로자 3명 사망 사고와 관련해 주의 의무 등을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터널 안 근로자들에게 위험 알릴 무선중계기 철거
경찰은 서울시와 양천구청, 시공사와 협력업체, 감리단 등 관계자들이 해당 현장에 대해 저마다 수행해야 할 안전관리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먼저 서울시의 경우 현장 총괄관리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하거나 현장지도 점검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또 양천구청은 근로자들의 위험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수문이 자동 개폐되도록 설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아울러 공사현장 안전관리 주체인 시공사·협력업체·감리는 우기인 공사시점을 고려하지 않고 시운전과 공사가 동시에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하지 않는 등 현장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보았다.

실제 감리자들의 경우 당시 기상상황을 아예 체크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드러났다. 또 시공사와 감리자들은 터널 안 작업자들에게 위험을 알릴 수 있는 무선중계기를 시운전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경찰은 2013년 노량진 수몰사고 이후 지하터널 등 특수공간 재난상황 전파시스템 방안을 무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시공사, 협력업체, 감리, 서울시의 주의위반이 복합적으로 작용돼 일어난 사고로 판단된다”면서 “강우예보에도 불구하고 관리자들이 기상상황을 확인하지 않고 작업자들을 터널로 투입시킨 것을 가장 큰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사고는 갑자기 내린 폭우로 저류시설에서 근무 중이던 근로자 3명이 고립되면서 발생했다. 당시 현대건설 협력업체 직원인 K씨와 같은 회사 미얀마 국적 직원은 사고 당일 오전 7시10분께 일상적인 시설 점검을 위해 펌프장 저류시설로 내려갔고, 현대건설 직원인 A씨는 비가 내리자 이들 2명의 근로자를 대피시키기 위해 작업장소로 향했다가 함께 고립돼 변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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