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입사한 지 4개월 만에 뇌경색으로 쓰러진 20대 전기설계회사 직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김병훈 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지난달 20일 밝혔다.

1991년생인 A씨는 2017년 6월 서울의 한 전기설계회사에 입사했고, 같은 해 7월부터 회사의 파주 숙소에 머물며 파주에 소재한 사무실로 출근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그 해 10월, A씨는 회사 숙소에서 입에 거품을 물고 사지가 경직된 채로 동료들에게 발견됐다.

A씨는 이후 뇌경색을 진단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업무와 발병 간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승인 결정을 받았다. 또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당했다.

이에 A씨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평소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았던 A씨의 뇌경색 발병을 과도한 업무로 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회사에 입사한지 한 달여 만에 본사에서 거리가 멀고 업무량이 많아 본사 직원들이 파견 근무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파주사무실로 출근했다”며 “곧바로 야근과 휴일근무를 하게 됐고 신입사원으로 10여명의 선배 직원들의 업무지원과 잡무를 도맡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7년 7월말 경부터는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미숙한 실력으로 설계도면 작성 및 수정 업무까지 수행했다”며 “만 26세의 신입사원이 감당하기에는 업무가 과중했던 것으로 보이고 당시 느꼈을 업무상 스트레스와 부담감 역시 상당히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덧붙여 “A씨 회사의 대표를 비롯한 선배 직원들은 야근이나 회식을 이유로 주 2~3회 정도 A씨의 숙소에 와서 잠을 잔 것으로 보인다”며 “신입사원인 A씨로서는 선배 직원들이 숙소에 오는 날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A씨가 도면 2차 납품을 위해 야근을 많이 했고 발병 전 1주일간의 업무시간(55시간 46분)은 발병 전 12주 평균 업무시간(43시간 10분)보다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씨는 회사에 입사하면서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했고 최소 2년간 근속을 해야 만기공제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일이 힘들어도 2년은 견뎌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의 근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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