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수의 마음 돋보기

문광수 교수(중앙대 심리학과)
문광수 교수(중앙대 심리학과)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원래는 어리석은 질문을 받고 현명하게 답한다는 의미이지만, 현장에 계신 분들은 글자를 따서 “우리 조직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로 해석하기도 한다. 조직이나 부서, 팀의 안전 관리를 위해서는 현장 안전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사고의 주요 원인이 불안전 행동인 만큼, 근로자들의 행동에 대한 자료를 수집,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근로자의 행동에 대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장 모니터링 즉 관찰이다.

현장에서 동료나 부하직원 혹은 다른 부서의 직원들을 관찰하는 것은 감시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관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지금까지 현장 관찰을 하고 나면 대부분 부정적인 결과가 따라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질책, 비난, 경고, 대처 전략 수립(문서 작업), 추가적인 업무, 혹은 과징금 등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즉 관찰이 처벌의 역사(history of punish­ment)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측정하는 것이 대부분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불안전 행동, 실수, 결함, 사고, 낭비 같은 것을 측정한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이 한 실수의 수를 센다고 하면 당연히 싫어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현장에서 관찰자로서 관찰을 해달라고 하면 누구나 부담스러워하고 관찰자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꺼려한다. 그리고 관찰당하는 것 역시 꺼려하고 거부하기도 한다. 노조에서도 이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포츠 선수들은 측정하고 관찰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매우 미세한 행동들도 관찰하여 자료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과 잘 하고 있는 부분을 파악하여 경기력 향상과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로 활용한다. 오히려 스포츠 선수들은 관찰을 하지 않거나 본인의 행동을 측정하지 않는 것을 더 싫어할 것이다. 우리가 취미로 볼링을 치러갈 때도 마찬가지이다. 볼링을 하면 자동적으로 내 점수가 측정되고 누적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볼링을 하면서 점수가 나오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점수가 낮다고 혼내거나 질책하는 사람보다는 더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필요한 행동이나 기술들을 주변 사람들이 알려주고 또 점수가 상승하면 격려해주고 칭찬을 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스포츠와 일을 하는 것이 동일하지는 않다. 하지만 행동에 대한 관찰이나 측정이 나에게 도움이 되고 이익이 되는 것으로 인식이 된다면 직원들이 이를 거부하거나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측정은 진보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사람들이 노력하여 일군 많은 영역에 있어서, 효과적인 측정기술이 고안되기 전까지는 진보가 더디게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망원경과 현미경을 통해 맨눈으로 보다 더 잘,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주 과학과 생물학에 엄청난 발전을 가져왔다. 이와 같은 이유로 새로운 측정 기술은 과학, 기술, 경영에 있어서의 진보를 가속화시켜 왔다. 또 이와 비슷하게, 측정의 발전은 포착하기 힘든 행동의 변화를 발견하게 해주었기 때문에, 인간 행동도 측정의 발전으로부터 이득을 얻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측정하지 않는다면, 행동이 더 좋아졌다, 더 나빠졌다, 예전과 똑같다는 등의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 하에서 향상은 합리적인 계획과 평가보다는 우연에 의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 안전 관리 프로그램의 효과를 최대화시키는 요인은 안전에 대한 정기적 관찰이다. 기존 연구들에서도 현장에 방문하여 작업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안전 활동에 적절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 근로자들의 안전 활동 향상을 위해 관리감독자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고 밝혔다(Chhokar,& Wallin, 1984; Fellner, & Sulzer-Azaroff, 1984; Komaki, Desselles, & Bowman, 1989). 이 외에 근로자와 관리감독자들의 안전에 대한 관찰 행동이 관찰자 본인들의 안전 활동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검증되었다. 이외에도 현장 관찰은 안전 행동에 대한 측정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 것을 넘어 안전 향상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참고 문헌>
Chhokar, J. S., & Wallin, J. A. (1984). A field study of the effect of feedback frequency on performanc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69(3), 524-530.
Fellner, D. J., & Sulzer-Azaroff, B. (1984). Increasing industrial safety practices and conditions through posted feedback. Journal of Safety Research, 15, 7-21.
Komaki, J. L., Desselles, M. L., & Bowman, E. D. (1989). Definitely not a breeze: Extending an operant model of effective supervision to team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74(3), 52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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