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수 교수(중앙대 심리학과)
문광수 교수(중앙대 심리학과)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라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집단 지성을 쉽게 이야기 하면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로 이뤄진 집단이 소수의 전문가의 결정보다 더 나은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단이 항상 옳고 타당한 의사결정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일부 상황에서는 한 개인보다 더 좋지 못한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극단적이고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집단 사고라고 한다.

Janis(1983)에 따르면, 집단사고(groupthink)는 사람들이 응집력이 강한 집단에 몰입하여 집단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려고, 의견의 일치를 유도하여 비판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관계를 중요시 하는 집단에서 집단 사고가 더 발생하기 쉽다. 이외에도 지시적인 리더가 집단을 이끌 때, 구성원들의 사회적 배경과 관념의 동질성이 높을 때, 그리고 시간 압박이나, 외부로부터 고립되어 충분한 토의가 일어날 수 없을 때 집단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집단 사고로 인해 나타난 대표적인 사례가 챌린저호 폭파와 콜롬비아호 폭발 사고이다. 1986년 1월 28일 아침, 미국 NASA는 이미 한차례 발사 연기를 했던 챌린저호 발사했다.

하지만 발사 후 73초 만에 폭발하면서 7명의 우주인 전원이 사망하였고 4865억원의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분석된 사고원인은 고무 재질의 고체연료 로켓 오링이 예상치 못한 영하의 추운 날씨에 탄성을 잃어 부품 사이를 완벽하게 접합시키지 못한 채 틈을 허용하여 이륙과 동시에 고온압력이 새어 나오면서 폭발한 것이었다.

이미 경험 많은 고무 오링 기술자는 로켓 디자인 당시 해당 오링의 불량 및 불완전 가능성을 인지하였고, 발사를 취소하거나 일정을 조정해달라고 몇 번이고 요청하였다.

그러나 NASA와 고위 관리자들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발사를 허가하였다. 처음 발사 예정은 1월 22일이었으나 다른 발사로 인해 23일로, 다시 24일로 연기되었다.

이어 발사 기지(케네디 우주센터)의 악천후로 인해 27일로 챌린저 호 본체의 추가 정비가 필요해져 결국 발사는 28일로 미뤄졌고 전문가들은 28일도 너무 추워서 안된다고 했으나 NASA는 더 미룰 수 없다면서 발사시켰다.

결국 시간의 압박과, 더는 미룰 수 없었던 상황에서 비판적 의견을 무시한 결정 즉 집단 사고로 인해 발생한 사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성원들은 리더의 의견에 반대하거나,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가 어렵고, 오히려 비합리적일 수 있는 리더의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강화시키는 행동을 하게 된다.

2003년 2월 1일에는 지구로 귀환하던 콜롬비아호가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발사 당시 파편 충돌로 인해 왼쪽 날개에 생겼던 작은 구멍이 그 원인으로 밝혀졌다. 당시 엔지니어 중의 한 명이 그 작은 구멍이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NASA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관리자들에 의해 무시되었다. 즉, 참사의 진정한 원인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경직되고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은 집단사고라고 할 수 있다.

집단 사고의 증상으로는 집단의 완전성에 대한 환상, 합리화, 외부 집단에 대한 정형화된 시각, 동조 압력, 자기 검열, 만장일치에 대한 환상 등이 있고 이로 인해 대안에 대한 불충분한 조사, 선택의 위험성에 대한 검토 부족, 대안 재평가 실패, 불충분한 정보 탐색, 이용 가능한 정보에 대한 편의적인 처리 등의 결과를 보인다.

이러한 집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치들이 필요하다 우선, 리더는 자신이 선호하는 의견을 먼저 밝히기 보다는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나온 제안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하도록 권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집단 내에서 비판의 하는 역할(Devil)을 부여하면 구성원들이 편하게 반대와 의심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추가적으로 전체 집단을 여러 하위 집단으로 나눠서 하위 집단별로 토론을 진행한 후에 종합 토론을 하여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종 의사결정 전에 다시 한번 올바른 결정이었는지를 고려해볼 수 있는 절차를 두는 것도 좋고 외부전문가에게 의사결정을 문의하고 평가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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