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철 KAIST 교수 “사고 중심의 안전관리에서 벗어나야 발전 가능”
실패분석 보다 정상시스템이 어떻게 정상을 유지하는지에 무게중심을 둬야

윤완철 KAIST 지식서비스공학대학원 교수가 지난달 25일 진행된 대한산업안전협회 간부 청렴문화체험 연수에서 ‘안전 패러다임의 변화(안전Ⅰ·안전Ⅱ)’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윤완철 KAIST 지식서비스공학대학원 교수가 지난달 25일 진행된 대한산업안전협회 간부 청렴문화체험 연수에서 ‘안전 패러다임의 변화(안전Ⅰ·안전Ⅱ)’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경제와 문화 수준에 걸맞지 않은 우리나라의 산업안전 수준을 높이고 산업재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안전을 대하는 접근방법과 의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윤완철 KAIST 지식서비스공학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5일 진행된 대한산업안전협회 간부 청렴문화체험 연수에서 특강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윤 교수는 이날 ‘안전 패러다임의 변화(안전Ⅰ.안전Ⅱ)’라는 발표를 통해, 정체된 우리나라의 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전사고’ 중심의 안전관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사업장의 대부분은 안전의식이 ‘안전Ⅰ’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안전관리의 발전을 가로 막는 징후가 보인다면 서둘러 ‘안전Ⅱ’ 단계로 의식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징후는 ▲안전노력이 사고 예방이 아니라 사고 처리로 끌려 다닐 때 ▲충분히 안전하지 않지만 더 이상 안전해질 수 없을 때 ▲안전 향상을 하자니 오만가지 중 어디를 손봐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휴먼에러를 더 이상 줄일 수 없을 때 ▲일벌백계해도 효과가 없을 때 등이다.

◇왜 ‘안전Ⅱ’로 나아가야 하나
‘안전Ⅰ’과 ‘안전Ⅱ’의 차이는 ‘안전과 사고’, ‘안전능력’, ‘안전관리 원칙’, ‘인적요인’, ‘사고분석’, ‘위험평가’ 등 크게 6가지 기준을 통해 비교할 수 있다.

먼저 ‘안전과 사고’의 기준에서 비교하면, ‘안전Ⅰ’ 수준에서는 사고가 없는 것이 바로 안전이라고 본다. 반면 ‘안전Ⅱ’단계에서는 안전수준이 높아야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즉, 안전수준과 사고를 분리해서 판단할 줄 아는 것이 ‘Ⅰ’과 ‘Ⅱ’를 가르는 핵심 포인트다.

또 ‘안전능력’을 놓고 볼 때, ‘안전Ⅰ’에서는 사고가 없는 상태나 사고에 대한 대응 능력을 안전 능력이라고 본다. 허나 ‘안전Ⅱ’에서는 변동에도 불구하고 성공적 운영을 지속하는 힘이 안전능력이라고 본다. 그래야 사고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안전관리 원칙’의 기준에서 비교하면, ‘안전Ⅰ’ 수준에서는 잘못된 것이 있을 때 대응하는 것이 안전관리의 근간을 차지한다. 다소 수동적인 관점으로 안전관리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안전Ⅱ’에서는 이와 반대인 능동적인 관점에서 행해진다. 선제적, 지속적으로 상황변화를 예측하려 하는 것이 안전관리의 원칙인 것이다.

‘인적요인’의 기준에서도 이런 차이가 있다. ‘안전Ⅰ’수준에선 사람을 대체적으로 문제나 결함요인으로 본다. 하지만 ‘안전Ⅱ’ 수준에서는 사람을 시스템의 유연성과 탄력성을 위한 자원으로 본다.

‘Ⅰ’과 ‘Ⅱ’간 시선의 차이는 ‘사고분석’에서 더욱 명확하다. ‘안전Ⅰ’ 단계에선 사고는 실패와 고장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고, 조사는 그 원인을 찾으려하는 것이다. 반면 ‘안전Ⅱ’에선 사고는 정상수행과 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이며, 조사는 정상적 수행을 토대로 잘못된 경우를 설명하는 것이다.

끝으로 ‘위험평가’ 기준에서 보면, ‘안전Ⅰ’ 수준에서는 잠재적으로 사고의 원인과 영향요인이 될 것을 찾는다. 하지만 ‘안전Ⅱ’에서는 변동성을 감시하고 관리하기 어려워지는 부분들과 그런 조건을 이해하는 것으로 본다.

윤완철 교수는 “정상결과와 실패결과는 같은 시스템이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중 나온 다른 결과일 뿐”이라며 “사고분석은 실패끼리의 파급 이야기가 아니라 정상과정이 궤도에서 이탈한 과정의 이해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시스템이 어떻게 정상을 유지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해야 안전의 수준을 높이고 재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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