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의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형사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법(형사처벌조항)과 형법상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이다. 업무상과실이 있었는지는 업무상 필요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를 묻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업무란 사람이 사회생활상 그 사회생활상의 지위에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 또는 사업을 말한다. 직업.영업임을 요하지 않고, 보수의 유무나 공무(公務)이건 사무(私務)이건 상관없으며, 1회의 행위라도 계속하여 행할 의사로써 하면 업무이다. 본인의 주업무가 아닌 경우, 면허나 허가 없이 행하는 경우도 업무가 된다.

업무상과실에 있어 형이 가중되는 이유는 행위의 주체가 업무자이므로 일반인에 비하여 특히 무거운 주의의무가 과하여지기 때문이다.

주의의무 위반은 ‘사회생활상 필요한 주의의무의 불이행’이다. 간략히 말하면 ‘부주의’라고 할 수 있고, 형법 제14조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정상의 주의태만’이라고 할 수 있다. 과실을 처벌한다는 것은 법질서가 일반국민에게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객관적으로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할 것을 요구함을 의미한다.

이 주의의무의 내용은 결과발생의 가능성(위험)을 ‘예견’할 의무와 결과발생을 ‘회피’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이다. 이처럼 주의의무는 ‘결과발생예견의무’와 ‘결과발생회피의무’를 두 기둥으로 하고 있는데, 결과발생가능성을 예견한 후에야 결과발생회피조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결과발생예견의무는 논리적으로 결과발생회피의무에 앞선다.

그리고 주의의무는 주의의 ‘가능성’을 전제로 하므로 주의의무의 내용이 되는 결과발생예견가능성과 결과회피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또 결과발생예견의무가 논리적으로 결과발생회피의무에 앞서는 것에 상응하여, 결과발생예견가능성은 결과발생회피가능성의 전제가 된다.

예견‘가능’한 결과 또는 회피‘가능’한 결과에 대해서만 과실을 물을 수 있고, 예견이나 회피가 불가능한 결과의 발생은 불가항력적 사고에 속하는 것으로서 과실책임을 지울 수 없다. 예컨대, 상해의 결과는 예견 가능했지만 사망의 결과는 예견할 수 없었을 경우에 비록 사망의 결과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과실치사죄는 성립하지 않고 과실치상죄의 문제가 된다.

그리고 결과발생예견가능성은 결과발생에 대한 ‘구체적인’ 예견가능성을 의미하며, ‘인과과정의 본질적 윤곽’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예견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구체적 예견가능성설’).

결과발생예견의무는 주로 정신적 영역에 속하는 ‘내적’ 의무이다. 결과발생예견의무는 행위상황, 행위의 경과, 부수사정 등에 비추어 자신의 행위가 어떠한 결과를 발생시킬 것인가를 인식하고 예상하여야 할 의무이다. 또 결과발생가능성의 예견은 일정한 유해물질이 암을 발생시킬 개연성이 높다는 새로운 의학적 발견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과학의 발전’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다.

결과발생가능성을 예견한 경우에는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을 회피하여야 할 의무가 따르게 된다. 결과발생회피의무는 행위와 관련된 ‘외적’ 의무이다. 이 회피의무에는 결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행위 자체를 소극적으로 그만 두어야 할 ‘부작위의무’ 또는 행위에 결부된 결과발생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방지.차단하거나 허용치 이하로 낮추어야 할 ‘안전조치의무’(작위의무)가 있다. 그리고 결과발생을 회피하기 위하여 일정한 지식이나 정보가 필요한 경우에는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한 ‘문의.조회’의무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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