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사업장 전체에 대해 내리고 있는 작업중지명령을 둘러싸고 현장에서 불만이 매우 높다. 산재예방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면서 법적 근거도 없이 당초의 취지와 달리 처벌의 수단으로 오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명령 요건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감독기관의 사전확인·지적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등 산업재해 발생의 심각한 위험이 있는 경우로 한정되어 있다. 작업중지명령 대상도 사업장 ‘전체’가 아니라 ‘해당 기계·설비’와 관련된 전부 또는 일부로 제한되어 있다(제51조 제7항).

그러나 현실에서는 “재해발생과정에서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위반이 판단되어 사업장 전반의 안전보건관리수준이 미흡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와 같이 작업중지명령의 요건을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하여 적용하는 한편, 그 대상도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중대재해 발생사업장 전체에 대하여 기계적으로 내려지고 있다. 즉, 현재 운영되고 있는 사업장 전면 작업중지의 요건과 대상 기준은 산업안전보건법령 어디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한편, 헌법상 효력을 가지는 과잉조치금지의 원칙은 모든 행정분야 및 행정권 행사에 적용되는 것으로서 행정처분인 작업중지명령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이 원칙에 따르면 적합한 수단이 여러 가지인 경우에 당사자의 권리를 최소한으로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하여야 한다.

예컨대 어떤 기계에 협착위험이 있는 경우 방호장치 설치로 협착위험을 막을 수 있음에도 사업장 전체의 작업중지라는 수단을 선택하여 작업중지명령을 내린 경우에 그 작업중지명령은 과잉조치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명령이 된다. 따라서 현재 내려지는 사업장 전면 작업중지명령은 과잉조치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작업중지명령 해제 시에 관련 근로자의 과반수 이상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운영하는 것 역시 작업중지 사유가 해소되었다고 근로감독관이 판단하면 즉시 작업중지명령을 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시행규칙상의 규정(제135조 제2항)과 충돌되어 법령상의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권한남용금지의 원칙에 위배되기도 한다.

작업중지명령은 산업재해 발생의 위험상태를 단기적으로 해소하는 데 불과하고 결코 근본적인 개선방안이라고는 할 수 없다. 작업중지명령보다 재해조사와 감독을 통한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개선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작업중지명령 발령 후 짧은 시간 안에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여야만 작업중지명령을 해제하고 있는 것도 고용노동부와 사업장 자체의 졸속적인 사고원인조사와 형식적인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

요컨대, 재발방지, 사회의 안전보건 향상을 위해 불가결한 근본적인 원인분석과 실질적인 개선 문제는 작업중지명령의 그늘에 가려져 집행기관을 포함하여 사회적으로 그 중요성이 인식되지 않고 구조적으로 소홀하게 여겨지고 있다.

작업중지명령은 산업재해(2차 재해 포함)를 ‘예방’하는 것이 취지로서 중대재해 발생,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따라서 중대재해가 발생하였다고 하여 기계적으로 사업장 전면 작업중지명령을 발령하는 것은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재해예방선진국에서 사업장 전면 작업중지명령이 일체 행사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해서 산재예방의 높은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지에 대해 냉정한 자세로 곰곰이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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