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수의 마음 돋보기

문광수 교수(중앙대 심리학과)
문광수 교수(중앙대 심리학과)

 

많은 사업장에서 다양한 안전 표지판(포스터, 사인 등)이 사용되고 있다. 법적으로 요구되는 것도 있지만, 사업체 자체적으로도 많이 제작하여 부착한다. 이러한 표지판의 목적은 특정 행동을 하도록 하거나 혹은 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표지판의 내용을 보면 “안전이 최우선”과 같은 일반적인 내용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이 구역에서는 귀마개를 착용해야 합니다.”라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혹은 특정행동을 금지하는 내용 “뛰지 마시오”, “금연 구역”도 있고, 반대로 특정 행동을 요구/허락하는 “걸어가세요”, “흡연 구역”도 있다. 행동의 결과를 포함하는 내용 “보호경 착용: 강한 빛에 실명할 수 있습니다”도 있지만 “보호경 착용”과 같이 행동만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표지판의 내용 중 가장 효과적인 표지판은 어떤 것일까? 즉, 우리가 설치한 표지판이 과연 효과적으로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응용 행동 분석(applied behavior analysis)에서는 이런 다양한 표지판들을 촉구(prompt)라고 부른다. 즉 특정 행동 전에 특정 행동의 발생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자극들이다.

이러한 촉구 자극들의 효과성에 대한 연구들이 일부 이뤄져왔다. Geller 등(1976, 1977)은 식료품가게에 들어오는 고객들에게 쓰레기 버리는 것과 관련된 3종류의 전단지를 만들어서 제공하고 고객들이 어디에 쓰레기를 버리는 지 관찰하였다.

1) 일반적 메시지의 전단지: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지 마세요. 쓰레기통에 버려주세요
2) 구체적 행동을 요구한 메시지 전단지: 가게 입구 근처 초록색 쓰레기통에 버려주세요
3) 환경적 보호 메시지가 없는 일반 상품 전단지

연구결과 일반적 메시지의 전단지는 환경 보호 메시지가 없는 일반 전단지보다 더 효과적이지 않았다. 즉 모호하고 일반적인 내용의 문구는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행동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은 가게에 쓰레기를 덜 버렸고, 전단지의 20~30%가 초록색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Geller 등은 유사한 연구를 수 주 동안 다양한 식료품점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을 반복했고 유사한 결과들이 도출되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초록색 쓰레기통에 버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와 같이 그 이유를 추가한 전단지를 제공했을 때 가장 효과가 좋았다. 추가적으로 영화관에서도 재활용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구매 유도에서도 유사한 연구 결과가 반복적으로 도출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일반적인 안전 표지판 보다는 구체적인 행동을 제시하는 메시지가 포함된 표지판이 더 효과적일 수 있고, 가능하다면 왜 그 행동을 해야 하는지, 즉 합리적인 이유에 대해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메시지의 내용이 너무 많으면 혹은 글이 많으면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한 번에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행동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포스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추가적으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나 자극에 인간은 점차 반응하지 않게 된다(자극 둔감화/습관화). 이는 달팽이와 같은 초기 신경 시스템을 가진 동물들에게도 나타나고 고양이에게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고음도 계속 반복해서 듣다 보면 반응이 약해진다. 따라서 포스터도 같은 내용이나 그림의 포스터를 한자리에 오랫동안 걸어두기 보다는 종종 교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습관화를 이해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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