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ty & Law

 

사  례

화공약품 기사로 일하는 근로자 A씨는 2018년 5월 18일 사업장의 안전조치 미비로 화공약품가스가 폭발하면서 얼굴 등에 중화상을 입었다. 이에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하여 업무상 재해로 결정을 받았으나 이와 별개로 사업주 B씨를 상대로 불법행위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을 제기하려 하였다. 그런데 소송 제기 전 B씨가 A씨에게 5백만원을 합의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본 합의로 인해 민형사상의 일체의 청구를 하지 아니하며 모든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문구를 산입한 부제소합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근로자 A씨는 제안을 수락하고 2018년 6월 8일에 부제소합의서를 체결하여 공증하였다. 그러나 6개월 뒤 A씨의 머리에 재해로 인한 후유증이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였고, A씨가 B씨에게 추가적인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B씨는 2018년 6월에 체결한 부제소합의서를 A씨에게 보여주면서 “어차피 제소를 해도 각하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 때 근로자 A씨는 재해로 인한 후유증이 발생했음에도 부제소합의 때문에 사업주 B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전혀 할 수 없는 것일까?
 

시 사 점

‘부제소합의’ 또는 ‘부제소특약’이란 일반적으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당사자들의 합의를 의미하며, 단순히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소를 포함한 어떠한 분쟁해결수단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부제소합의를 하고도 소를 제기하면 각하가 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부제소합의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분쟁이 있는 경우 상호 간 소송제기나 고소 등을 하기 이전 단계에서 주로 활용된다. 이 때 합의서 작성 시의 당사자는 통상적으로 상해를 입은 재해자 본인이나, 본인이 사망한 경우 유족이 합의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를 알게 된 날 즉, 상해를 입은 날 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됨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후유증으로 새로운 손해가 발생한 경우 후유증이 발생하였음을 안 날이 기산점이 된다.
다만, 부제소합의를 하였더라도 ▲첫째, 손해발생의 원인인 사고 후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합의를 하거나 ▲둘째, 후발 손해가 합의 당시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하거나 ▲셋째, 당사자가 후발 손해를 예상했더라면 사회통념상 합의서상 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한 만큼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당사자가 그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2001.9.14.선고 99다42797판결)
이에 상기 사례에서의 근로자 A씨는 사업주 B씨와 부제소합의를 하던 시점에 후유증 발생이라는 손해를 예견할 수 없었으므로, 부제소합의가 있다 하더라도 후유증에 대해서는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선윤혜 (공인노무사, 대한산업안전협회 인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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