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 How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Know Why도 가르치는 것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교육은 외형적인 규제내용으로만 보면 교육시간까지 시시콜콜하게 규제하는 등 어느 나라에서도 강한 규제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교육만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지식 부족의 불안전행동의 방지는 작업에 필요한 지식을 교육하는 방법(교육훈련) 또는 그 작업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배치하는 방법(인원배치)으로 해결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 중 교육훈련에서 중요한 것은 Know How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Know Why도 가르치는 것이다. 즉, 원리까지를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된다.

1999년 일본에서 발생한 JOC 임계(臨界)사고는 충격적인 사고였다. 이 사고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관련되어 있었지만, 그 중 하나를 제시하면 작업자는 ‘저탑(貯塔: cylindrical tank)을 사용하여 이러한 절차로 하시오’라는 How는 가르침을 받았지만, ‘왜 이러한 절차인가’, ‘우라늄을 취급할 때에는 왜 이 설비를 사용하여야 하는가’라고 하는 Why는 알지 못하였거나 잘 알고 있지 못하였다. 즉, 임계라고 하는 것을 알고 있지 못하였거나 잘 알고 있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보다 능률적으로, 편하게 작업을 하려고 작업절차를 바꾸어 버린 것이다.

교육훈련에서는 How(어떤 식으로)뿐만 아니라 Why(왜 그러한가)라는 것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번거로운 절차, 하기 어려운 규칙일수록 그 이유도 교육하여야 한다.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는 귀찮은 것, 하기 어려운 것은 보다 편하게, 간단하게 하려고 하는 본능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은 비용절감에 대한 의식과 본능이 강하다. 개선 마인드로서 비용절감으로 작용하고 있으면 좋은 것이지만, 문제는 규칙위반(절차생략 등)과 표리(表裏)의 관계에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1999년 9월 30일 일본 이바라키현 나카군 도카이무라에 있는 주식회사 JCO사의 핵연료가공시설에서 발생한 원자력사고에서도 형상이 관리되고 있던 저탑을 사용하는 이유, 임계라고 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가 확실히 알고 있었다면, 양동이로 하자거나 침전조로 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었을 때, “그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안 된다.”라는 의견이 나왔을 것이다.

일본의 어떤 대학병원에서는 수련의가 자신의 판단으로 환자에게 진통제 대신에 마취약을 주사하는 바람에 환자가 쇼크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약을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하다가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경우에 본인을 책망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되지 못한다. 물론 ‘알지 못하는 것을 한’ 본인의 책임도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일에 대하여 요구되는 지식, 스킬을 관리 측이 확실히 정의하고, 그것에 맞는 지식을 가지고 있는 자를 현장에 배치하지 않은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수련의가 마취의 약리(藥理)를 알고 있었다면 해당 환자에게 마취약을 투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Why를 가르치는 것은 시간이 걸리고 힘들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작업관리자는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현장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교육훈련은 조직적으로 확실히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때때로 교육훈련이 OJT라는 이름을 빌린 일손부족 대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신입사원의 배치 전에 지도계획을 수립하고 지도역(멘토)도 정하며 계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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