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의 안전보건의무 대폭 강화됐다
공사 단계별 발주자의 안전보건의무 명시
유해·위험작업의 사내하도급 원칙적으로 금지

사업주 처벌 대폭 강화
가중 처벌 조항 신설

앞으로 안전보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이 대폭 강화된다. 유해·위험성이 높은 작업의 경우 사내 도급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또한 건설공사 발주자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공사 단계별로 안전보건조치를 취해야 하며,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작업은 고용노동부에 등록된 업체만 수행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하 산안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85인 중 찬성 165명, 반대 1명, 기권 19명으로 통과했다고 밝혔다.
당초 고용노동부는 ‘2019년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지난해 10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산안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입법절차 시기를 2019년으로 내다본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협력업체 근로자 김용균씨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산안법 개정안이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고용부가 산안법 전부 개정안을 발표할 당시에도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국회 통과 과정에서도 이는 상당 부분 관철됐다. 다만, 일부 양벌규정 등에서는 정부안보다 후퇴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산안법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단, 물질안전보건자료 규정은 공포 후 2년, 대표이사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계획수립 관련 규정은 2년이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가결됐다.
지난달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가결됐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특고·배달종사자 등으로 법 적용대상 확대
산안법 개정안은 법의 보호를 받는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는 특징이 있다. 법의 목적을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의 안전 및 보건의 유지·증진으로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산업재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배달종사자가 보호대상으로 포함됐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범위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자 중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할 것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 ▲노무를 제공할 때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 등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배달종사자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른 이륜자동차로 물건을 수거·배달 등을 하는 자’로 정의됐다.

사업주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배달종사자를 대상으로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고, 각종 안전보건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근로자 작업중지권 명확화
현행법상 해석의 논란이 계속돼 왔던 근로자 작업중지권은 이번 개정을 통해 명확하게 규정됐다.

개정안에 따라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에서 대피시키는 등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또한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

근로자의 작업중지에 대한 면책조항도 마련됐다. 개정안은 사업주로 하여금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근로자가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안전보건에 대한 원청의 책임 강화
산안법 개정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안전보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이 대폭 강화됐다는 것이다.

이는 사고사망자 중 하청업체 근로자 비율이 2014년 39.9%, 2015년 42.3%, 2016년 42.5%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다.

먼저 도금 등 유해·위험작업의 사내도급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직업병 발생 위험이 높은 ▲도금작업 ▲수은, 납 또는 카드뮴의 제련, 주입, 가공 및 가열하는 작업 ▲허가대상물질을 제조하거나 사용하는 작업의 사내도급을 금지한 것이다.

다만, 일시·간헐적인 작업이나 수급인이 보유한 기술이 전문적이고 도급인의 사업 운영에 필수불가결한 경우(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 필요)에는 예외적으로 도급이 허용된다.

고용노동부의 도급작업 승인의 유효기간은 3년이며, 유효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는 최대 3년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도급금지 조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또한 납부기간까지 과징금을 내지 않을 경우에는 가산금까지 내야 한다.

도급인의 안전보건의무도 한층 강화된다. 현행법은 도금작업, 화학물질 제조·사용 작업, 질식위험이 있는 장소, 붕괴 위험 장소 등 일부에 한해 안전보건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도급인으로 하여금 도급인 사업장 전체에서 근로자의 재해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조치를 이행토록 했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했다.

세부적으로 도급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조치는 ▲도급인과 수급인을 구성원으로 하는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 ▲작업장 순회점검 ▲관계수급인이 근로자에게 하는 안전보건교육을 위한 장소 및 자료의 제공 등 지원 ▲관계수급인이 근로자에게 하는 안전보건교육의 실시 확인 등이다.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제공 의무도 강화됐다. 도급인은 ▲화학물질을 제조·사용·운반·저장하는 반응기, 증류탑, 배관, 저장탱크 등의 설비를 개조·분해·해체·철거하는 작업 ▲질식 또는 붕괴 위험이 있는 작업 등을 시작하기 전에는 수급인에게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정보를 문서로 제공해야 한다. 또한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제공한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 지 확인해야 한다.

처벌수준도 강화됐다. 원청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경우 현행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던 것에서 앞으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수급인의 경우에는 작업 시작 전에 도급인에게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으며, 도급인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도급 작업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수급인은 계약의 이행 지체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
 

협력업체 근로자 김용균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은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리게 됐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국회 앞에서 산안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린 현장의 모습이다.
협력업체 근로자 김용균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은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리게 됐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국회 앞에서 산안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린 현장의 모습이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가맹본부도 산업재해 예방조치 취해야
산안법 개정안에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가맹본부의 안전보건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르면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에게 설비나 기계, 원자재, 상품 등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가맹점사업자와 그 소속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가맹점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프로그램의 마련·시행 ▲설치하거나 공급하는 설비, 기계, 원자재, 상품 등에 대한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정보의 제공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물질안전보건자료 작성·제출 의무화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물질안전보건자료와 관련된 규제도 강화된다.

개정안에 따라 유해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려는 자는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제품명, 화학물질의 명칭 및 함유량, 안전 및 보건상의 취급 주의 사항 등이 포함돼야 한다.

다만, 개정안은 기업이 영업 비밀을 이유로 화학물질의 명칭 및 함유량 등을 물질안전보건자료에 게재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안전보건경영체계 확립시킨다
산안법 개정안에는 안전보건경영체계의 확립을 위한 방안도 담겨 있다.

개정안에 따라 합명회사, 합자회사, 유한책임회사, 주식회사, 유한회사 등 회사의 대표이사는 매년 회사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계획에는 안전 및 보건에 관한 비용, 시설, 인원 등의 사항이 포함돼야 한다.

고용부는 이를 통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기업의 시스템이 사업장 단위가 아닌 기업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작동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험성평가에 근로자 참여시켜야
위험성평가와 관련된 조항은 한층 명확하게 변경됐다. 위험성의 크기와 허용 가능 여부 등을 평가하도록 한 것이다.

개정안은 사업주로 하여금 ‘건설물, 기계·기구·설비,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근로자의 작업행동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한 유해·위험 요인을 찾아내어 부상 및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의 크기가 허용 가능한 범위인지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근로자에 대한 위험 또는 건강장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특히 개정안은 위험성평가 시 해당 작업장의 근로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외국인근로자 위한 안전보건표지 부착해야
안전보건표지의 설치, 부착과 관련된 조항도 명확해졌다. 산안법 개정안에 따라 사업주는 유해하거나 위험한 장소·시설·물질에 대한 경고, 비상시에 대처하기 위한 지시·안내 또는 그 밖에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사항 등을 그림, 기호, 글자 등으로 나타낸 표지를 근로자가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설치하거나 부착해야 한다.

특히 외국인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는 안전보건표지를 해당 외국인근로자의 모국어로 작성해야 한다.
 

◇작업중지 요건·대상 명확화
현행법상 산업재해 발생 시 근로감독관의 판단에 따라 부분·전면 작업중지가 이뤄지고 있지만 개정안에 작업중지 요건과 대상이 명확해지면서 자의적인 개입이 방지된다.

개정안에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다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해당작업과 중대재해가 발생한 동일한 작업에 대해서만 작업중지를 하도록 했다.

다만, 토사·구축물의 붕괴, 화재·폭발, 유해하거나 위험한 물질의 누출 등으로 인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하여 그 재해가 발생한 장소 주변으로 산업재해가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해당 사업장의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컨베이어벨트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면 지금은 사업장 전체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벨트 사용작업’과 ‘동일작업(사고 발생 컨베이어벨트와 동일한 컨베이어 벨트 사용 작업)’에 재해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다.

사업주가 작업중지의 해제를 요청한 경우에는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작업중지가 해제된다.
 

◇건설공사 발주자 안전보건 책임도 강화
산안법 개정안은 건설공사 발주자의 안전보건 책임도 한층 강화했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건설공사의 계획, 설계, 시공 등의 단계별로 의무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발주자는 ‘건설공사 계획단계’에서 해당 건설공사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하여야 할 유해·위험요인과 이의 감소방안을 포함한 기본안전보건대장을 작성해야 한다. 또한 ‘건설공사 설계단계’에서는 기본안전보건대장을 설계자에게 제공하고, 설계자로 하여금 유해·위험요인의 감소방안을 포함한 설계안전보건대장을 작성하게 하고 이를 확인해야 한다.

‘건설공사 시공단계’에서는 건설공사를 최초로 도급받은 수급인에게 설계안전보건대장을 제공하고, 수급인이 이에 따라 공사안전보건대장을 작성케 하고, 확인해야 한다.

한편 타워크레인에 대한 안전조치는 한층 강화된다. 개정안은 건설공사 도급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사업장에서 타워크레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계·기구, 설비 등이 설치되어 있거나 작동하고 있는 경우 또는 이를 설치·해체·조립하는 등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에는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타워크레인을 설치하거나 해체하려는 자는 고용노동부장관에게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업을 등록해야 하며, 사업주는 등록한 자에게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을 맡겨야 한다.

지난달 27일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되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오른쪽)와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왼쪽)가 포옹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되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오른쪽)와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왼쪽)가 포옹하고 있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안전보건조치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
개정안은 사업주의 안전 및 보건조치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우선 사망재해와 관련해서 가중처벌 조항이 신설됐다.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해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현행과 같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개정안은 여기에 더해 해당 범죄를 5년 이내에 두 번 이상 범하는 경우 형의 1/2까지 가중하도록 했다.

형벌과 함께 안전보건교육에 관한 수강명령도 내려진다. 안전 및 보건조치 위반으로 근로자를 사망하게 한 자에게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하거나, 약식명령을 고지한 경우에는 200시간의 범위에서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수강명령이 병과될 수 있다. 수강명령의 내용은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교육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사항 등이다.

법인에 대한 양벌규정은 한층 강화됐다. 현행법에 따라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법인인 사업주에게 선고되는 벌금형이 최대 1,000만원을 넘지 않는 등 지나치게 낮아 형벌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개정안은 법인에 대한 벌금형의 법정형을 현행 ‘1억원 이하’에서 ‘10억원 이하’로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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