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마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
퓨마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
  • 승인 20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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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ety Column
임현교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임현교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얼마 전 안타까운 뉴스를 들었다. 국내 한 동물원에서 퓨마가 우리를 벗어나 탈출했다는 소식이었다. 야생동물이 우리를 벗어나 도망치는 것이야 동물의 본능상 당연한 것이겠지만, 좁은 우리에서 갇혀 지내기만 하던 가엾은 생명을, 어떻게 해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부터 떠올랐다. 그러나, 걱정했던 대로, 불과 4시간 만에 사살되었다고 한다. 사소한 인간의 실수가 애꿎은, 말 못하는 생명을 빼앗은 결과라, 가슴이 아린 것은 필자만의 느낌이 아니었나 보다. 언론에서는 ‘불과 4시간의 자유를 위한 목숨 건 탈출’이라고 보도했고, 인터넷 게시판에는 해당 동물원을 폐쇄시키라는 청원이 봇물을 이루었다고 한다.

인간은 원래 실수를 하는 동물이다. 실수를 거듭하며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실수를 통해 문화를 이루어왔다.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래 수많은 화재와 화상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현대사회처럼 문명을 발전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어느 학자의 말에, 필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러나, 적어도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초래하는, 인간의 판단이나 행동’은 적절한 관리 범위 안에서 통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같이 할 것이다. 인간공학에서는 그것을 ‘휴먼에러(human error)’라고 부른다. 여기서 굳이 외래어를 쓰는 까닭은 우리가 평소에는 잘 인식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종류의 실수 유형이 있음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퓨마 탈출 사고는 사실 사육사가 문 닫는 것을 잊어버리고 자리를 떠난, 단순한 실수 때문이다. ‘업무종료 후 실수(post-completion error)’라고 하는 이 유형의 실수는, 인간이 어떤 일련의 행위를 통하여 목적을 이룬 다음, 그 행위를 마무리 짓기 위해 끝까지 실행하여야 하는 추가 행위를 잊어버리고 실행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회의자료를 복사하고 나서 복사본은 정리해 가지고 돌아서지만, 정작 원본은 복사기 위에 놓은 채 자리를 떠난 경험을 상기해 보시라. 사육사는 문 닫는 것을 잊은 것뿐이다. 하지만, 관람객이나 주변 주민들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있어서는 안 되는 실수였다.

업무종료 후 실수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자판기에서 물건을 사고 난 후 거스름돈 받기를 잊은 채 자판기를 떠났다거나, 셀프 주유기를 이용한 후 카드를 꽂아 놓은 채 주유소를 떠났다 등등. 복사기 위에 원본 문서를 놓아 둔 채 회의에 참석하는 정도는 애교에 지나지 않는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 주유가 끝난 후 주유 손잡이를 꽂은 채 운전하는 ‘김여사’의 사진도 적지 않으니 충분히 이해가 되지 않는가.

그래서―
있어서는 안 되는 실수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공장이나 도장공장같이 청결을 요하는 시설에서 이용하는 에어샤워기는 반드시 들어오는 문을 닫아야만 에어샤워가 작동한다. 세척효과를 높이기 위한 설계자들의 고안이다.

이동범위가 1,000km에나 이른다는 퓨마를 좁은 우리에 가두어 기르다가, 문이 열렸다고 달아난 짐승을 탓할 수는 없다. 진작 동물원에도 이런 식의 인터록(interlock) 시스템을 설치했더라면, 사육사의 실수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많은 현장에서 쓰고 있는 이런 시스템을 왜 동물원에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아니, 시스템이야 돈이 들어 설치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사육사가 출입할 때마다 시건상태를 확인하는 안전작업표준만 지켰더라면!

동물보호 관계자들에 따르면 1987년 창경원에서 침팬지가 탈출하고, 2005년 어린이 대공원에서 코끼리 6마리가 탈출하는 등 동물원에서 동물이 탈출한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유사재해에 대한 위험성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 해당업계의 안전수준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뒤늦게 해당 관리기관은 해당 기관의 관리소홀 책임을 물어 행정처분할 방침이라고 한다. 때늦은 행정처분을 할 여력이 있으면, 사전에 유사기관의 사고사례를 홍보하고, 위험성평가를 교육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요 관리감독하는 자세일 것이다.

제때 생포하지 못하면 시민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어 관계자들이 사살하기로 결정했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많은 동물들의 생명이 인간의 사소한 실수와 이기적인 생각에 오락가락한다고 생각하니, 우리 속의 짐승들에게 한없이 부끄럽다. 언제쯤일까, 퓨마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는. 어떤 누리꾼의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다음 생에는 넓은 초원에 태어나 갇혀 살지 말길.”
사람이나 짐승이나, 제 살던 곳에서 사는 게 가장 복 받은 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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