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긴급대피권, 작업중지권 해석 범위 모호

주요 대기업의 과반수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현실 여건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요 대기업 114개사를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반적인 방향성은 맞지만 현실 여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65.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근로자의 의무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19.3%)’, ‘현행 수준으로도 충분하다(8.8%)’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산재예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는 ▲유해·위험 물질의 도급금지 ▲원청의 안전보건책임 강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제출·공개 강화 ▲근로자 긴급대피권·고용부령 작업중지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아울러 기업들은 유해·위험물질 도급 금지 및 승인받은 도급작업의 하도급을 금지하는 규정에 대해 ‘효율적인 인력활용을 어렵게 하면서 정작 산업재해 감소에는 효과가 없다(51.2%)’거나 ‘도급·하도급 금지에 대한 대체방법이 없어 생산에 타격이다(22.1%)’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반해 ‘직접고용 증가로 산재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답변은 18.6%에 그쳤다.

물질안전보건자료 관련 규정 중 경영·생산 활동에 가장 부담이 되는 내용으로는 ‘영업기밀 정보의 비공개를 위한 사전승인 심사 도입(35.7%)’이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미기재 성분에 관한 정보를 정부에 제출(28.6%)’, ‘일부 화학물질에 대해 비공개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한 규정(8.9%)’, ‘제출한 MSDS의 전산 공개(8.9%)’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산재 발생 위험 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규정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산업재해 발생 우려의 정의가 모호해 현장 혼란 및 노사갈등(54.4%)이 발생할 수 있고, 급박한 위험이 아니어도 작업거부 등을 목적으로 긴급대피권이 남발(27.2%)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명령에 대해서도 개정안(24.6%)보다 현행 규정(54.4%)을 더 선호했다. 그 이유로는 ‘작업중지명령 조건에 대한 행정기관의 자의적 해석 우려(62.9%)’, ‘작업중지 대상이 지나치게 넓음(16.1%)’, ‘작업중지권을 둘러싼 해석 차이 등 노사관계 악화 우려(11.3%)’, ‘작업중지명령 시 생산 감소 등 경영상 타격이 너무 크다(9.7%)’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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