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수의 마음 돋보기

문광수 교수(중앙대 심리학과)
문광수 교수(중앙대 심리학과)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개인이나 집단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비난하는 것은 체계적인 안전관리 접근법에 부합하지 않는다. 부상이나 아차사고, 안전 개선 제안, 위험 상황 보고 등을 통해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원인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하는데, 기존의 사고 조사는 사고 예방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했다.

우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고 조사(accident investigation)라는 용어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New Merrain-Webster Dictionary(1989)에 따르면 사고는 ‘우연 혹은 의도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사건(event)’이라고 정의된다. 즉, 사고라는 단어는 우리의 통제를 벗어났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조사라는 단어는 범죄·상황 등에 대한 수사나 조사와 같이 특정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질 사람이나 단일 원인을 찾는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조사 과정을 생각해본다면 위의 부정적 의미에 대해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사고 조사가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고 원인을 파악해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사고 조사보다는 사건 분석(incident analysi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에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조사라는 단어보다는 분석이라는 용어가 한 가지 근본 원인 보다는 다양한 기여 요인을 찾는다는 의미가 강하다. 사고는 단 하나의 원인만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기저에 다양한 원인(정책, 리더십, 물리적 환경, 안전의식, 행동 등)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표면상의 원인만 찾기 보다는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조사에 중점을 두는 경우 직원들은 비난받거나 책임을 지게 될까봐 대화하려 하지 않게 된다. 즉, 사고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반면, 사건 분석적 접근을 사용할 경우 더 풍부한 대화가 가능해져서 사고예방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고 조사는 주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실시하지만 사건 분석은 작은 부상이나 아차 사고, 개선 사항에 대한 분석이 포함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안전과 관련하여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고 매일 매일 이뤄지기 때문에 일상적인 안전활동이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조사를 통해 단일한 원인을 찾으면 보통 안전시설을 교체하거나, 새로운 장비를 주문하거나, 직원을 재교육하거나 징계하게 된다. 이러한 제한적 해결 방안은 사고 예방에 충분하지 않다.

사건 분석을 통해 여러 영향 요인들을 파악하여 좀 더 광범위한 변화를 시도하는 체계적 접근법(system approach)이 사고를 예방하고, 직원들의 안전활동 참여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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