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ty Column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올여름 40도 안팎의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에어컨 판매량이 급증했다. 에어컨은 이제 선택 사항이 아닌 생활필수품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흔히 여름철에 에어컨을 사용하면서 전기요금을 많이 걱정하는데, 사실 건강과 안전을 위해 진짜로 걱정해야 할 것은 ‘화재위험’이다.

에어컨은 실내의 더운 공기를 빨아들여 냉각시킨 후 실내기로 찬 공기를 내보내고 실외기로는 더운 바람을 내보내는 원리로 작동된다. 이를 감안해 에어컨의 화재는 ‘실외기 화재’, ‘실내기 화재’ 등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실외기 화재에 대해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에어컨과 관련해 가장 위험해 보이는 모습으로는 외벽이나 난간 등에 몰려서 설치돼 있는 실외기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상가 밀집지역에 가면 이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너무도 흔한 모습이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에 화재에 대비한 안전조치를 한 모습은 흔하게 볼 수가 없다. 실외기가 밀집돼 있는 공간의 화재는 초기 진화가 어렵다. 때문에 자칫 대형화재로 번져서 대량 인명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아울러 에어컨 실외기는 내부에 높은 압력의 냉매와 가연성 윤활유가 충전되어 있어 화재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에어컨 실외기는 적정한 이격거리를 두지 않고 종렬로 설치하면 상층으로의 연소를 확대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아파트의 발코니 확장이 법적으로 허용되면서 상층으로의 연소 확대가 재실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고,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공기에 의해 주위 온도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화재 위험성은 더욱더 커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에어컨 실외기는 지그재그 형태로 배치 하거나 실외기와 실외기 사이에 열 차단막을 설치할 것을 권장한다.

이용자의 부주의한 행동도 실외기 화재의 위험요소다. 실제 소방청 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에어컨 실외기 화재사고 원인 중 담배꽁초, 가연물 방치 등 부주의가 수위(首位)에 올라있다. 실외기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행동은 철저히 금해야 하고, 시·구청 등 관련기관에서는 화재 예방 문구를 제작해서 실외기 주변에 설치해야만 한다. 트래킹현상에 의한 에어컨 실외기 화재도 필히 유념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트래킹현상은 에어컨 내의 전류가 흐르는 곳에 먼지 등이 쌓여 절연물 표면에 방전이 일어났을 때, 절연파괴가 되면서 불꽃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 트래킹현상은 에어컨 실외기 뿐만 아니라 에어컨 실내기에서도 발생하는 만큼 그 원인과 유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에어컨 실내기의 화재에 대해 알아보자. 실내기는 사용자인 가정,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관리자인 아파트관리사무실, 에어컨을 제조하는 업체로 구분하여 예방책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는 에어컨 전용 콘센트에 단독으로 꽂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확인해서 1등급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화재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3~4개월에 한 번씩은 필터 청소를 해서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좋다. 정부는 행정안전부 또는 각 지자체의 홈페이지 등에 에어컨 화재예방법에 대해 공지하고, 필요에 따라 재난안전문자를 통해서도 에어컨에 대한 안전정보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관리자인 아파트관리사무실에서는 관리비 고지서나 주기적인 단지 내 방송을 통해 올바른 에어컨 관리요령에 대해 안내해 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에어컨을 제조하는 가전제품회사는 화재예방과 관련하여 매뉴얼에 올바른 관리방법에 대해 상세히 소개해서 시민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

에어컨은 개인의 관리가 우선인 만큼 사용자가 실외기 및 실내기에 있는 먼지 등 이물질을 청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에어컨을 철저히 점검하고 청결하게 관리해서 내년 여름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원함과 안전함을 함께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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