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의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사고의 원인규명에는 처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두 번 다시 사고를 일으키지 않게 할 목적으로 행해지는 사고조사도 있다. 책임추급을 목적으로 하는 사고수사와 사고의 재발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사고조사가 있는 것이다.

사고수사의 목적은 법률위반을 한 사고책임자를 찾아내어 처벌하고, 그것을 통해 예방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이러한 처벌 전제의 수사는 실제로 처벌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강한 의심을 받아 왔다. 데커(S. Dekker)는 휴먼에러가 일반적으로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의료업계, 항공업계 등에 종사하는 전문적 실무자의 휴먼에러가 범죄화되고 있는 상황을 묘사하고 여기에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첫째, 실무자가 비협력적으로 되는 문제이다. 재발을 방지하는 데 기여하기 위하여 정직하게 실패를 보고하면, 그것을 문제 삼아 책임이 물어지는 경우가 있다. 실패를 알릴 경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사고(incident)는 잘 보고되지 않게 된다. 그것을 데커는 “전문가가 실수 때문에 재판에 넘겨지게 되면 거의 반드시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안전은 희생된다”까지 말하고 있다.

둘째, 수사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문제이다. 사람들은 어떤 실패가 중한 결과를 초래하였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도 죄가 무겁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후지혜편향(hindsight bias)’이다. 결과가 나쁘면 나쁠수록 보다 많은 설명이 요구된다. “그것에 주의했어야 했다”고 비난받는다. 후지혜에 의해 어떤 실패가 있었는지를 찾는 것은 용이하다. 게다가 후지혜 때문에 사소한 과실이라도 죄로 인정되기 쉽다. 이 후지혜는 심리학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에서는 배려되고 있지 않다.

셋째, 수사가 실무자들의 업무성과를 저하시키는 문제이다. 실무자들은 책임이 물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스트레스, 고독감 등을 느낀다. 그리고 실무에서 질이 높은 작업에 쏟아야 할 주의력이 어떻게 하면 법적 트러블에 말려들지 않을까에 집중되어 버린다.

넷째, 수사가 반드시 피해자가 만족할 만한 것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이다. 자칫하면 재판은 최일선의 실무자에게만 책임을 묻고, 사건의 전체 모습도, 배후의 책임자도 밝히지 못한 채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피해자에게 남은 바람 중의 하나는, 사고의 재발방지와 자신이 경험한 고통을 다른 사람에게는 피하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사가 사회를 분단시키는 문제이다. 책임자가 특정되어 재판에 넘겨지면, 거기에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나오게 된다. 그 때 사회는 적과 우리 편으로 나뉘어 공통의 이익이 소실(消失)되고 신뢰와 관계성이 파괴된다.

한편, 데커는 휴먼에러를 범죄로 취급하는 것에 의해 사법제도의 본래 목적이 촉진될 것이라는 근거는 없고, 실무자를 비난하고 처벌하는 것으로 다른 실무자가 보다 주의 깊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대개는 착각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그가 휴먼에러는 사고의 ‘원인’으로 보아서는 안 되고 시스템 내부의 깊은 곳에 있는 문제가 발현한 ‘병상(病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데커는 휴먼에러 문제에 대하여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일하는 시스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해서는 안 되는 행위라고 이해하고 있어도, 인간인 탓에 일으키기 쉬운 잘못된 행위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휴먼에러는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그러한 에러는 크고 작은 비율로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재해로 발전하기 이전의 트러블,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그 발현을 허용하고만 시스템에 눈을 돌려 재발방지에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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