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ty Column

정성효 대림산업 안전보건팀 부장
정성효 대림산업 안전보건팀 부장

 

한국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대로라면 1400만 관객을 동원했던 1편을 뛰어넘는 흥행을 기록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1편 개봉 시 1편은 2편을 제작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2편을 1편 내용과 연결해보면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1편에서 갸우뚱하게 풀어놓았던 많은 이야기들이 2편에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관객들의 의문을 해소시켜 준다. 천년 동안 저승차사 역할을 하며 48명의 의로운 망자를 도와서 환생시켰던 세 차사(差使)는 모두 인간 세상에서의 인연(因緣)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인연은 염라대왕까지 이어져있었다.

인연은 인과(因果)로 펼쳐지는 것으로 반드시 원인과 결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1편 ‘신과 함께, 죄와 벌’의 내용 중 관객들이 공감했던 한 가지는 누구에게나 공명정대한 인과응보(因果應報) 원칙과 진심으로 용서를 빌어서 용서받으면 그 죄는 다시 묻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의 원칙이 적용되는 저승 법이었다.
1편에서는 염라대왕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잘못을 저지른다. 그리고 그중 정말 극소수가 진심으로 용서를 빌고 용서받는다. 저승 법 1조 1항 진심으로 용서받은 자는 저승에서 다시 심판하지 않는다”는 대사로 일사부재리의 관용 원칙을 표현했다.

이번에 개봉된 2편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천년 동안 집을 지키면서 인간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성주신이 “내가 천년 동안 겪어보니 나쁜 인간은 없어. 나쁜 상황이 있을 뿐이지”라며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포용자세를 보여줬다. 시대정신의 바로미터 격인 영화가 지금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펼쳐지는 모든 사건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인과응보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저승의 수장격인 염라대왕까지도 인과응보의 인과에 엮여있다.

하인리히는 1931년 약 7만 5000건의 사고를 분석하여 ‘도미노 이론’을 발표했다.
하인리히의 도미노 이론은 재해의 발생과정을 근로자를 중심으로 5단계의 연쇄적 관계로 설명한 것으로 그간 안전분야에서 널리 활용돼왔다. 하인리히의 5단계는 ▲1. 사회적 환경과 유전적 요소 ▲2. 개인적 결함 ▲3. 직접원인(불안전한 상태, 행동) ▲4. 사고 ▲5. 재해’이다. 사회적인 환경과 근로자 개인의 유전적 요소가 기초 원인으로 작용해 근로자 개인의 개성적 결함으로 나타나 사고 발생의 간접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간접적 원인이 사고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불안전한 상태와 불안전한 행동을 유발하게 돼 결국 사고와 재해의 연쇄 고리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하인리히는 근로자 개인을 중심으로 사고의 연쇄적인 고리를 설명했고 사고의 ‘직접 원인’을 제거해 재해를 예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안전관리를 통해 불안전한 상태를 개선하고 안전교육을 통해 불안전한 행동을 제거하는 형태로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을 강조했던 것이다.

버드는 1969년 약 170만 건의 사고를 분석해 하인리히의 도미노 이론을 보완한 신도미노 이론을 발표했다. 버드는 근로자 개인을 넘어 사고 발생의 모든 배경으로 확장해 5단계의 연쇄적 관계를 설명했다. 버드의 5단계는 ‘▲1. 관리감독의 부족 ▲2. 기본원인 ▲3. 직접원인(불안전한 상태, 행동) ▲4. 사고 ▲5. 재해’이다. 버드는 사고 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을 관리감독의 미흡으로 보았고, 관리자의 통제를 통해 통상적으로 존재하는 기본 원인과 직접 원인을 제거하는 형태로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관리감독자의 역할을 중요시한 버드의 신도미노이론이 지금 범용되고 있는 관리 중심형 산업안전관리 기법의 기틀을 형성하고 있다. 작업 전 작업 위험성 평가와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작성을 통한 사전 안전관리 등은 모두 관리감독을 강조한 버드의 이론에 기반해 만들어진 것이다.

도미노 안전 이론의 바탕은 영화 ‘신과 함께’ 2편에서 보여주고 있는 ‘인(因)과 연(緣)’이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는 원인과 결과가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에서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인과의 중심에 사람이 있고 사람으로 인해 일어난 모든 잘못된 인연의 인과를 사람이 바로잡는다는 흥미로운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재해의 중심에 사람이 있으니 하인리히와 버드가 수많은 재해를 분석해서 만들어낸 도미노 이론의 중심에도 사람이 있는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는 인과적인 연쇄 고리로 이어져 있고 그 모든 인과는 근원적으로 사람이 만든 것이니 사람이 찾아내어 제거할 수 있다.


사고가 일어나기 이전에 사고를 기인(起因)하는 원인을 찾아내서 제거함으로써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안전관리 방법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산업재해 도미노 이론’의 본질이다.

영화 ‘신과 함께’ 2편에서 ‘인과 연’의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안전관리의 본질적 관점을 자연스럽게 깨우칠 수 있을 테니 안전을 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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