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교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임현교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푹푹 찐다. 복(伏)이다. 금년도 또 본격적으로 더위와의 전쟁이 시작된 모양이다. 예전에는 골목 여기저기서 혀를 길게 빼고 더위에 지쳐 늘어진 견공(犬公)들을 보고, 보신탕이니 영양탕이니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여름철이 된 것을 알 수 있었는데, 한두 집 건너 집안에서 애완견을 키우는 요즈음에는 냉방기기에 익숙해져서인지 그런 견공들을 보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아졌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도 점차 높아지고, 국제화되어서 민망한 사진을 보지 않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나 해야 할까.

더위로 인해 열을 받으면 인간의 몸은 우선 물리적으로 전쟁을 시작한다. 바깥으로부터 열을 받게 되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체온이 올라가는 것이다. 우리 몸의 체온은 두 가지로 구별될 수 있다. 첫째는 피부의 온도가 오르내리는 것을 피부온(skin temperature)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평소에도 외부 온도에 따라 쉽게 오르내리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이에 비하여 몸 안쪽의 온도 즉 심부온 또는 체심온도(core temperature)라고 하는 것은 몸의 깊은 곳의 온도를 말하는데, 체심온도가 1℃ 올라가면 우리 몸의 생리적 기능은 약 10%쯤 항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걸 Q10 효과라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생체시계가 그만큼 빨리 활성화되어 노화가 빨라진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주변 환경이 뜨거우면 뜨거울수록 인간이든 짐승이든 체온의 변화를 막기 위하여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노력한다. 그래서, 몸이 뜨거워지면 땀이 나고, 혈관이 팽창되는 한편 피부쪽으로 이동하고, 피부면적이 늘어나고(목욕탕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피부가 쭈글쭈글해지는 것이 이 현상이다), 배설이 촉진된다든가 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모두 몸의 열을 어떻게든 몸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신체의 필사적인 노력이다.

사업장에서 열받는(!), 가장 열받는(!!) 요인들을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한다. 원래 스트레스란 내외부의 요인으로 인해 심신의 기능이 위축되거나 훼손된 상태를 말하는데, 국내외에서 조사된 바에 따르면, 직장인의 스트레스 요인 중 가장 심중한 요인은 인간관계라고 하는데, 이런 사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마찬가지이다. 부하 직원들의 기분은 전혀 헤아리지 않는 상사, 팀웍이라고는 조금도 찾아 볼 수 없는 동료, 진부한 관리방식의 조직, 회사 생활을 이해해 주지 않는 무심한 가족 등이 모두 사람 열받게(!) 만드는 인적 요인들이다.

통상 스트레스는 사람들의 심리적 긴장을 지속시켜 우울증이나 자살 등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까지 보건이나 위생학적 측면에서 문제시되어 왔다. 그러나, 알다시피 스트레스는 여러 가지 생리적 문제, 예를 들어 두통이나 소화기능장애, 피부질환, 탈모, 호르몬의 균형상실 등 신체기능의 균형상실을 야기시키며, 결국에는 신체의 면역기능을 저하시켜 질병이나 질환을 초래하기 쉽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업무수행능력(competence)의 훼손이 주목을 끌고 있다. 즉, 스트레스가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에 대한 불만이나 자괴감을 증가시키고, 주의 집중을 방해하여, 결과적으로 반응을 지연시키거나 적절한 반응대안의 선택을 방해함으로써 업무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원자력발전소나 가스플랜트의 제어실 등, 작업자의 스트레스에 기인하는 사소한 실수가 대형사고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사고예방이라는 측면에서 고려되기 시작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에는 작업자 심신 스트레스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관리감독자용 체크리스트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아무리 현실은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의 현실에서는 여전히 땅콩 갑질이니, 물컵 갑질이니 하며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걸 보니 아마도 인간관계 중에 가장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 상하관계인가 보다. 필자도 이제 어느 자리에서든 결코 아랫사람이라고는 봐 줄 수 없는 연배가 되어,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치에 있다. 필자에게 있어 나이가 들수록 어려운 것은 아랫사람들이 열받지 않도록 잘못을 추궁하거나 야단치는 일인데, 이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손에 넣은 글이 있어서 사무실 벽에 붙여 놓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들여다 보곤 한다. 이름하여 스트레스 전문의가 권하는 ‘멋있게 화내는 방법’(!)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상황이 나의 건강과 바꿀 만큼 중요한가?

둘째, 이 분노가 정당하고 의로운가?

셋째, 화내는 것이 문제해결에 효과적 방법인가? 다른 대안은 없는가?


어떠신가, 여러분. 머지않아 승진하여 더 높은 자리에 오르셨을 때, 이런 원칙 과연 지키실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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