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의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어느 국가를 불문하고 산업재해는 산업혁명 이후 근대적 기계생산방법의 도입으로 수적으로 크게 증가하였고, 산업화에 불가피하게 수반된 어두운 산물로서의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산업재해는 피재자가 되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생활기반을 빼앗고, 본래 행복해야 할 인생을 일거에 불행으로 빠뜨리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급속한 산업발전 과정에서 선진국과 동일하게, 아니 그 이상으로 산업재해의 증가를 초래하여 왔다. 이로 인해 근로자의 산업재해 위험의 방지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규제와 단속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져갔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1953년 근로기준법을 제정한 이래 산업재해의 방지를 추진하여 왔지만, 본격적인 안전보건관리는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의 제정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경제의 고도성장과정에서 생산활동의 활성화, 기술혁신의 진전, 고용정세의 변화 등에 의해 산업재해는 증가 일로를 걸었고, 중대한 산업재해도 지속적으로 다발하게 되는 등 근로자의 생명과 신체를 산업재해로부터 지키는 것은 좀처럼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산업재해 방지를 위해서는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이중규율체제에서 벗어나 산업안전보건만을 목적으로 하는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산업안전보건법이 1981년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동법은, 산업재해가 기업활동으로부터 불가피하게 발생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점과 산업재해 방지기준은 최저노동기준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영업주체인 사업주에 대하여 벌칙 등을 배경으로 조치의무를 강제하였다. 즉,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의 준수확보를 경영책임으로 공식화하고 영업주체인 사업주의 책임을 명확히 하였다. 사업주가 안전보건에 대해 최고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은 동법 제5조를 비롯하여 법 전체에 관통하는 논리이다.

그렇다면 산업재해 방지의 책임은 사업주에게만 있고 그 밑에 있는 담당자(관리·감독자)에게는 실제 책임이 부과되어 있지 않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에서는 양벌규정을 두어 경영자 그 자체, 예컨대 법인으로 말하면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그 대리인, 사용인, 기타 종업원으로서 위반행위를 한 행위자라면 누구나 다 처벌한다고 함으로써, 행위자도 이 산업안전보건법에 위반하여서는 안 되는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일면에서는 사업주의 안전보건에 대한 최고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함과 아울러, 다른 면에서는 경영자에 대해 행위자로서 위반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형태로 그 의무를 명확히 하였다. 이 두 가지가 어울려 안전보건의 책임은 경영자 측의 책임이라는 점이 확실해졌다.

기업은 사업활동의 목적에 따라 종업원을 고용하고 이를 조직관리하여 일정한 목적에 통합해 운영하는 법적 존재이다. 그런데 사업활동 자체에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활동에서 이익을 얻는 기업체로서는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고, 그 방지책임은 기업의 경영자에게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기업의 경영자는 기업의 조직관리상의 책임자로서 조직활동상의 재해위험에 대한 사전의 관리·예방책임을 지고 있다.

산업재해에 대해서도 경영자에게 엄중한 경영책임이 물어지는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이것은 인명존중의 사회적 풍조가 강화되고 있고, 산업재해가 근로자의 개인적인 법익침해로 그치지 않고 사회적 침해까지 초래하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안전관리가 불가능한 기업은 경영관리 또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경영철학으로 인식하는 경영자가 보다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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