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공하성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동일한 문제점을 지닌 유사한 대형화재가 또 발생했다. 2017년 12월 21일 충북 제천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현재까지 29명의 사망자와 39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이번 제천 화재 참사는 역대 최악의 인재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안타깝게도 2010년 부산 우신 골든스위트 화재와 2015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이후 달라진 것이 없고, 그 문제점이 다시 고스란히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두 화재 모두 건물외벽의 드라이비트 공법 시공, 소방시설의 미설치 또는 작동불량, 무단 용도 변경 등 원인이 동일하다.

사실 이번 참사는 충북 제천의 일만은 아니다. 충분히 우리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안전시스템을 어디서부터 손봐야 할까? 이번 화재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 대책에 대해서 짚어보자.

첫째, 건축물 내에서의 문제.
이번 제천 화재 당시 2층 여자 목욕탕에서만 2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자동문이 열리지 않아 계단으로의 탈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화재와 관련된 자동문에 대한 안전규정은 소방법, 건축법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피난의 기본 원칙에는 ‘원시적 방법을 이용하라’고 권장한다. 이는 전기, 기계적인 요소가 가미된 장치 이외에 계단 등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 전기장치는 화재가 발생하면 정전으로 작동을 멈추기 때문에 이번 경우처럼 닫힌 상태에서 열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기계장치도 위급상황 시 고장이 나면 대피가 용이하지 못하기 때문에 금해야 한다. 요즘 지어지는 대부분의 건물은 최소한 자동문 한 두 개씩은 설치하고 있다. 자동문을 설치하지 않는 것이 안전에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편의성을 고려하여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면 자동화재 탐지설비와 연동하여 화재발생 시에는 즉시 개방상태가 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건축물 외벽의 문제.
문제로 지적되는 드라이비트공법의 경우 화재에 매우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외벽 마감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 이유는 단점 못지않게 장점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가격이 싸며, 단열효과도 뛰어나고 시공 또한 간편해서 공사기간도 단축할 수가 있다. 2010년 부산 화재, 2015년 의정부 화재를 겪으면서 드라이비트 공법의 위험성을 인지하여 두 차례 건축법이 개정되었지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법을 조금씩 강화하여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난여론이 많다. 또한 법 적용방식도 이해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안전에 더 취약한 구(舊) 건축물은 그대로 두고 신축건물에 대해서만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제는 구 건축물, 신축건물 할 것 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되 건물 외벽에 사용하는 마감재는 층수에 관계없이 모두 내화성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과 제도적인 문제.

화재 당시 건물 전체에 설치된 356개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건물 관리과정의 문제점도 나타났다. 스프링클러설비는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는 아주 효과적인 소방시설이다. 이번 화재에서 스프링클러설비가 제때 작동해서 물이 방사되었다고 하면 인명피해가 현저히 줄어들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건물은 얼마 전 소방점검을 했는데 점검결과 스프링클러설비에 누수가 발생하여 밸브를 잠가 놓고 점검결과보고서에 불량이라고 표시한 후 소방서에 서류를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출 전에 화재가 발생하여 스프링클러헤드가 작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물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소방점검의 법 및 제도적 관점에서 허점이 있다. 현행법에는 먼저 소방시설관리업체에서 점검을 하면 지적사항을 포함한 점검결과를 30일 이내에 소방서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면 소방서에서는 점검결과 보고서를 토대로 일반적으로 자동화재 탐지설비는 7일, 옥내소화전설비는 15일, 스프링클러설비는 20일 이내에 보수를 하도록 조치하고 있는데, 스프링클러설비인 경우 고장 난 후 최장 50일 이내에만 고치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이다. 화재가 언제 발생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50일 동안 스프링클러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값비싼 스프링클러설비를 설치해 놓고도 불구경만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이제는 소방시설관리업체에서 소방점검시 문제점이 발생되면 ‘선조치 후보고’하는 형태로 법을 개정하여 고장난 소방시설을 즉각 수리함으로써 항상 정상가동 할 수 있는 상태로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당장은 우리에게 불편함을 주고 번거로울 수도 있는 것이 안전이지만, 그 조그마한 불편을 감수하면 장차 우리에게 더 큰 편안함과 기쁨을 안겨다주는 것이 바로 안전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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