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호 건설안전협의회장 / 삼부토건(주) 안전관리팀장

최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2009년부터 2010년 3월말까지 발생된 업무상 사고 사망자 중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해 보상받은 1,170명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사망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업종은 건설업(40.4%)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업은 다음 순위를 차지한 제조업(29.0%) 보다도 10%P나 높은 차이를 보이며 그 심각성을 드러냈다. 사실상 건설업 재해를 잡지 않고서는 획기적인 산재 감소가 요원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다양한 건설안전단체들은 올해를 대대적인 건설재해 감소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본지는 국내 건설안전단체 중 대표단체라 할 수 있는 건설안전협의회의 최용호 회장을 만나 신년계획과 재해감소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협의회와 회장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건설안전협의회는 건설사 안전관리부서들간의 원활한 정보교류를 도모하고, 정부에 효과적인 산재감소 방안 등을 건의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지난 1991년 1월 결성되었습니다.

결성 당시에는 50대 종합건설사 안전관련 부서장들이 회원이었으나 현재는 100대 건설사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역사면에서나 규모면에서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건설안전단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1979년 1월 삼부토건(주)에 입사를 한 이래 사우디아라비아 알코바 시티 상하수도현장, 소흑산도 항만현장, 남해고속도로 현장 등 국내외 다양한 현장을 20여년간 누비며 시공업무와 안전관리 업무를 병행 수행해 왔습니다. 이런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10여년전부터 본사 안전관리팀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월 1일부터는 제 11대 건설안전협의회 회장직도 함께 맡고 있습니다.

Q. 지난해말 열린 제18회 안전경영대상에서 공로상을 수상하셨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부족한 저에게 이처럼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제가 남들보다 더 뛰어나고 우수해서 이 상을 받게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족한 사회의 관심과 척박한 환경 속에서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안전인을 대신하여 제게 이상을 주셨다 생각합니다.

이 땅의 모든 안전인들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Q. 안전에 관해 회장님께서 가지고 계신 신념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전’이야말로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하는 키포인트라는 것이 제 안전철학입니다.

회사가 존재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주·매출·이익 등이 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높은 생산성, 고품질의 시공 등 다양한 방안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개인과 조직의 역량이 뒷받침 되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이러한 역량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첫 번째 요소가 바로 ‘안전’입니다.

기업을 이끄는 인재를 사고로 잃을 수 있는 불안한 환경에서 발전과 성장이라는 나무는 당연히 자랄 수 없습니다. 구성원이 당장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기 급급한데 어찌 회사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을까요? 이는 어불성설입니다.

‘안전’이라는 비옥한 토양이 갖추어졌을 때 구성원들이 맡겨진 일에 매진할 수 있는 것이고, 이를 통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Q. 그동안 건설안전협의회가 중점 추진해온 부분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그간 우리 협의회가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 온 부분은 ‘건설사간 안전관리 수준의 평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산업현장도 그렇겠지만 건설현장은 대형건설사와 중소형건설사간에 안전관리 수준의 격차가 상당히 벌어져 있습니다.

대형건설사의 경우 대부분 안전관리 전담부서가 있는데다 안전관련 기술이나 기법의 개발 등도 꾸준히 이루어져 어느 정도 체계적인 안전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중소형건설사의 경우는 경제적인 여건이나 조직 규모상 안전관리부분에 대한 투자가 어렵다보니 안전관리 능력이 크게 미흡한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중소형 건설사라 할지라도 특화 또는 전문화된 안전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는 곳이 있는데 이에 대한 공유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우수한 관리기법이 전체 현장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문제점도 그간 있어왔습니다.

이를 개선코자 저희 협의회는 그동안 세미나, 워크숍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해 우수한 안전관리 기법이나 우수활동사례 등이 공유되도록 노력해왔습니다. 아울러 일본 등 안전선진국으로의 해외 연수도 수시로 마련해 선진 안전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왔습니다.

이밖에 가장 많은 회원사를 둔 협의체라는 대표성을 살려 정부를 대상으로 불합리한 제도나 규제 등에 대한 개선도 꾸준히 요청해왔습니다.

Q. 건설안전협의회에서 향후 펼칠 안전활동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는 본사 안전조직의 역량이 미흡한 회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려 합니다. 그간협의회를 통해 접한 우수 시스템이나 제도를 자사에 적용하여 큰 효과를 봤던 중소 건설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건설사의 경우 위에서 언급했듯 본사 안전조직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곳이 대다수입니다. 때문에 우수한 시스템을 현장에 적용해도 관리가 안 돼 그 효과가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개선코자 앞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건설사는 본사에 안전조직을 갖추게 하는 제도적인 방안이 마련되도록 협의회 차원에서 노력할 계획입니다.

두 번째로는 건설근로자의 안전의식을 향상시킬 수 있는 활동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최하려고 합니다. 최근의 여러 건설재해 관련 통계를 보면 환경적 요소보다는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현장 내 근로자의 안전의식이 미흡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희 협의회는 향후 캠페인, 안전교육 등을 더욱 강화해 실시할 계획입니다.

Q. 위 질문에 더해 중장기계획을 몇 가지 더 말씀해 주신다면?

건설안전인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우리나라의 건설분야에 있어 안전은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우선순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건설안전인들의 위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건설안전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큰 목소리를 내야 이런 상황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대표성과 전통성을 지닌 우리 협의회가 앞장을 서려합니다.

지금 현재도 우리 협의회는 정부에서 새로이 추진하고 있는 ‘안심일터 만들기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서울 선언문 실천 운동 등 다양한 대외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이런 활동에 보다 많은 건설업체가 참여토록 독려하여 우리 사회에 안전이 이슈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아울러 대정부 건의활동, 토론 및 간담회 개최, 대한 건설협회 등 관련기관과의 업무협력 등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우리 건설안전인들의 위상 강화를 도모할 것입니다.

Q. 건설업 재해의 원인이 무엇에 있다고 보십니까?

근본적인 원인은 건설업의 특수성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제조업 현장은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한 근로자가 작업에 임합니다. 변수가 적은 것이지요. 반면 건설현장은 옥외 작업, 복합 공정, 다단계 하도급 구조, 출력인원의 변화 등으로 인한 작업의 변수가 굉장히 많습니다. 제조업 현장처럼 일정한 틀로 현장을 관리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지요.

Q. 그럼 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요?

널리 알려진 대로 정부의 정책 강화, 건설사의 개선 노력, 근로자 의식 고취 등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교육’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은 현장 근로자들에게 대한 안전교육이 아니라 대학에서의 교육입니다.

안전관리자의 실권이 그리 크지 않은 우리나라 현장의 특성상 각 현장의 안전관리수준은 관리감독자에게 달려있습니다. 이들현장을 총괄하는 사람 즉 일을 시키는 계층이 안전을 알고 있어야 안전이 확보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안전을 이해하고 중요시하는 관리감독자는 매우 드문 상황입니다. 이는 이들을 키워낸 대학 교육과정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건설관련 학과에서는 건설관련 학문과 기술, 기법 등은 가르쳐주지만 안전은 잘 가르쳐주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건설인을 만들어내는 기초 토양에서부터 안전이 중시되지 않는데 어찌 현장에서 안전이 확보될 수 있을까요? 향후에는 건설관련 학과에서 안전 분야 역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안전을 이해하고, 중요시하는 미래의 관리감독자들이 키워진다면 건설현장에는 굳건한 안전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Q. 새해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전은 끊임없는 관심을 먹고 자라는 존재라는 것을 관리감독자분들과 근로자분들이 항상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여든 살의 노모가 쉰 살의 아들에게 ‘차 조심해라, 늦게 다니지 마라’라고 걱정을 한다는 이야기를 모두들 아실 것입니다. 성인이 한참 지난 아들이 이들 위험을 모를까요? 당연히 알겠지요.

하지만 노모는 작은 위험의 가능성마저 철저히 예방코자 이를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부디 현장의 모든 분들이 이 노모와 같은 마음으로 근무를 하시길 바랍니다.

관리감독자분들은 매일 아침 조회와 일상순찰시 근로자분들에게 지속적으로 위험을 일깨워주셔야 할 것입니다. 또 근로자분들은 이를 귀찮다 여기지 마시고 한번이라도 주변을 더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안전의식이 바로 무재해 사업장을 이루는 근간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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