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주방에서 전이나 튀김, 계란후라이 같은 기름요리를 주로 할 때 화재가 발생하면 당황해서 물을 뿌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기름화재에는 불을 잡는 방법이 따로 있다. 2016년 12월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주택가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를 되돌아보자. 화재가 발생한 곳은 빌라건물 지하 1층, 불은 주방에서 요리를 하던 도중에 발생했다. 요리자는 전을 부치기 위해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붓고 프라이팬이 달궈지는 사이에 잠깐 자리를 비웠다. 잠시 후에 와보니 프라이팬에 불이 붙어있었다. 40여분 만에 불이 꺼졌지만 순식간에 퍼진 불길은 주방내부를 모두 태워서 2천8백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였다. 식용유 등 기름으로 인해 발생된 화재는 초기에 진화하지 못하면 불길이 급격히 확산되어 그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사고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해보니 주방에서 기름화재가 발생할 경우 옷, 이불, 분말소화기를 이용해서 불을 끈다는 의견이 많았다.

소수이긴 하지만 물을 이용해서 불을 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반적인 화재는 물을 이용해서 불을 끄는 것이 맞지만 기름화재에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방법이다. 식용유 등의 기름화재에 물을 뿌리면 액체인 물이 기체로 바뀌면서 1650~1700배로 팽창하게 되고 이 때 팽창되는 과정에서 기름이 튀어 올라 화재가 확대되고, 뜨거운 기름에 의해 화상의 우려도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옷과 이불의 경우에도 기름화재에는 오히려 옷이나 이불에 불이 붙어서 화재를 더 확산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분말소화기, 이산화탄소 소화기, 할로겐화합물 소화기, 청정소화약제 소화기 등으로 소화를 하는 경우에도 기름표면의 불은 끌 수 있어서 잠시나마 화재가 진압된 것처럼 보이지만 기름 속의 온도가 높기 때문에 불은 꺼지지 않고 다시 불이 붙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여 기름화재에는 효과가 없다.  

식용유 등 기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면 당황해서 진화시기를 놓치기 쉬운데 그러면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 주방에서 발생하는 식용유화재의 진압방법을 살펴보도록 하자.

식용유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올리브유는 160도, 콩기름은 240도 이상이 되도록 가열하면 스스로 불이 붙는 발화온도에 도달하게 된다. 다른 종류의 식용유도 360도 이상이 되도록 가열하면 식용유에 직접 불을 붙이지 않고 열만 가해도 스스로 불이 붙게 되어 화재가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식용유화재는 K급화재로 분류하여 2015년부터 도입된 식용유화재 전용소화기 즉, 강화액 소화기를 사용하여야 한다. 하지만 현재 주로 사용하고 있는 분말소화기에 비해 가격이 10배 정도 비싼 것이 단점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방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으로, 식용유화재를 진압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첫째, 배춧잎이 효과적이다.
배춧잎처럼 잎이 넓은 채소가 식용유의 표면을 덮어서 산소와의 접촉을 차단시키기 때문에 식용유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할 수 있다. 일반 배추뿐만 아니라 상추나 양배추, 양상추 등도 좋다. 

둘째, 마요네즈도 효과적이다.
마요네즈에 포함된 계란노른자의 단백질 성분이 열에 의해 응고되면서 식용유와 분리시키고 순간적으로 일종의 막을 형성시켜서 산소를 차단하기 때문에 화재를 진압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금과 베이킹소다도 가능하다.
소금과 베이킹소다가 뜨거워진 식용유를 흡수하여 순간적으로 온도를 낮추는 냉각효과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상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식용유화재의 진압방법을 꼭 기억해두도록 하자.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