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사업장 안전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투자 필요


오늘날 국내 대부분의 기업은 사고로 인한 손실을 막고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현장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평가·개선하는 등의 재해예방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들이는 노력에 비해 성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보다 근원적 차원에서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고심을 거듭하던 중 지난 9월 3~ 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1회 세계산업안전보건대회와 아시아·태평양 산업안전보건기구(APOSHO) 연차총회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세계산업안전보건대회는 3년 주기로 열리는 안전분야 최대 행사이며, APOSHO 총회는 아·태지역 산재예방 관련 비영리·비정부 기관들이 1년에 한 번씩 모이는 자리다. 주요국의 안전 전문가들은 산업사회가 급변하고 있는 지금, 기술이 아닌 ‘사람’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행사의 주제도 ‘사람 중심의 예방’이었다.

세계적인 리스크 엔지니어링 전문가인 짐 화이팅(전 호주 안전협회 회장) 등 유명 석학들은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재해와 사람에 대한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의 실수로 재해가 발생한다’는 단편적 생각을 벗어나 ‘사람의 문제로 인해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게 그 핵심이다.

산업 현장의 모든 기기나 장치는 갈수록 정교해지고 첨단화되어 가고 있다. 문제는 그 시스템을 활용하는 사람이다.

사람은 기계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설비를 다룰 수 없다. 실수가 아니라 사람 그 자체의 특성이 재해와 연관되는 요소인 것이다.

결국 산재예방의 답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산재를 막기 위해서는 산업현장의 모든 시스템과 관련 법·제도를 철저히 사람에게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컨트롤 패널을 인간공학적인 면에서 더 사용하기 쉽도록 개선해 오조작을 막도록 하고, 이런 노력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

또한 규제나 벌칙 등을 통해 사람이 실수를 하지 않도록 압박을 가할 것이 아니라, 실수를 해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이중삼중의 안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충분한 휴식 보장과 인격적 배려,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소통과 배려로 구성원들의 자율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사람 중심의 예방활동이 기존의 규제 및 기술 중심 예방활동에 비해 규정의 준수율이나 활동의 지속성 등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의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속적인 안전교육으로 구성원들의 의식과 행동을 변화시켜 안전이 조직 자체의 문화로 받아들여지게 해야 한다. 이것이 산재를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자, 우리가 지향하는 안전문화가 정착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본 칼럼은 중앙일보 2017년 10월 30일자 경제 9면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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