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의 문제는 법규의 준수뿐만 아니라 당사자와 가족, 지역사회 등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아무리 강조하고 또 투자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최근 발간된 모 신문의 인터뷰에서 대기업 사장이 밝힌 말이다. 재해율이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해 봤을 때 상당히 고무적인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고용노동부에서 적극 시행하고 있는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은 대기업(원청)이 주도해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안전보건관리 강화에 나선다는 점에서 대기업이 안전보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은 분명 희망적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안전보건분야에서 큰 낙수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기는 아직 힘들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를 기준으로 봐도 전체 재해자의 81.8%(7만4194명)가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이는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하고, 안전에 대한 의식도 상대적으로 낮은 것에 기인한다.

지난 8월 고용부가 산업안전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이유도 사실 여기에 있다. 그동안의 각종 산재예방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소하지 않는 산재를 선진국 수준으로 감소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정부도 크게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산업안전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특화된 안전보건 정책 및 제도가 필요하다. 정확하게는 자율안전보건관리체계가 정착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야만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 등과 같은 지원대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자율안전보건관리체계 정착을 위해서는 먼저 사업주가 안전보건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지원해야 한다. 안전관리에 노력한 사업주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고, 반대로 안전관리를 경시한 사업주는 강하게 처벌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들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의 목소리가 크게 일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안전관리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안전관리가 절대 보여주기식으로 전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정부를 비롯한 각계에서는 중소기업 안전관리의 실태를 명확하게 분석하고, 현장 친화형 안전관리가 전개될 수 있도록 안전기술의 개발 및 보급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와 관련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위험성평가는 분명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제41조의2)에도 명시돼 있는 위험성평가는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해당 유해‧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 가능성(빈도)과 중대성(강도)을 추정‧결정해 재해감소 대책을 수립‧시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특히 위험성평가는 사업주가 주체가 되어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 안전보건관리자, 근로자 등이 참여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업장의 상황에 맞는 안전관리가 전개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부 사업장에서는 제도 도입 취지와는 달리 위험성평가를 법 준수를 위한 서류작업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자율안전관리의 밑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위험성평가제도가 아직도 정착되지 않은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정부와 안전보건공단을 비롯해 노사단체, 민간재해예방기관, 학계 등에서는 위험성평가의 장점과 혜택 등을 적극 홍보해 나가야 한다. 위험성평가는 자율안전관리체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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