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레핑크(Ms. Nancy Leppink) 국제노동기구(ILO) 노동행정국(LABADMIN/OSH) 국장

 

최근 소득수준이 높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도 품위 있고 안전한 삶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인식의 전환은 안전보건 분야에서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등 급격한 산업환경의 변화 속에 그에 맞는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의 개발과 제도개선을 논의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대한 범국가적 관심을 크게 불러온 곳이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 ILO)다. ILO는 전 세계 근로자들의 근로 조건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제기구다. 근로감독, 산업안전보건 관련 업무 등을 총괄하는 낸시 레핑크 국제노동기구 (ILO) 노동행정국장을 만나, 세계산업안전보건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봤다.

Q. 국장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로스쿨을 마치고 미네소타 주(州) 검찰 총장 차관보로 재직하며 근로자들을 위한 업무에 첫 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당시 인권‧노동법 관련 부서에 소속돼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보상법, 공민권, 건축법규 및 라이센스 등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했는데, 그 과정에서 수많은 근로자들의 고충과 불만사항 등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업무경험과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미네소타 주 노동산업부의 법률 고문이 되었고 그때부터 미네소타 주 근로자들을 위한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습니다. 당시 주 정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상에 ‘임산부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에 해롭다고 인정될 경우 근로자가 스스로 해당 업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후 저는 미국 대통령 지명 노동부 근로기준국장(Wage and Hour Division Administrator)을 거쳐 2014 년 6월부터 현재까지 ILO의 노동행정 국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Q. 안전에 대한 국장님의 신념 또는 철학이 궁금합니다.

미네소타 주 검찰총장 차관보 재직 시설 미네소타 주 노동산업부를 대신해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각종 사건을 담당했습니다. ‘톡밥제조기에 말림’, ‘용접 중 폭발’, ‘의료기기에 끼임’, ‘도랑 붕괴로 인한 깔림’ 등 눈으로는 차마 볼 수 없는 끔찍한 사례들을 조사하며 희생자의 고통과 남겨진 유가족들의 비통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했던 점은 이러한 사고들이 사전에 아주 간단한 조치로 충분히 예방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제가 각별한 안전신념을 갖추고 ILO의 노 동행정국을 이끌어 가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 안전보건의 발전을 위해 ILO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ILO는 근로자의 안전보건과 관련해 아주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국가 및 기업 차원의 자체적인 노력을 활성화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플래그쉽 프로그램(Flaship Programme)인 ‘예방을 위한 세계적 행동(Global Action for Prevention-OSH-GAP)’을 통해 산업재해 및 업무상 질병의 실질적인 감소와 글로벌 예방문화 조성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증진체계협약(2006년) 제187호의 공포에 따라 국가 수준, 기업 수준에 관계없이 업무 관련 사망, 부상, 질병 예방을 위한 시스템 기반의 접근법을 채택하는 한편, 강력하고 효과적인 근로감독제도 등 적절한 안전보건 기준을 집행함으로써 근로자의 산업안전보건을 보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아울러 회원국들이 협약 제187호에 규정된 대로 효과적인 산업안전보건 시스템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Q. 회원국들이 안전보건과 관련해 중 점을 둬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회원국들은 무엇보다 효율적인 산업안전보건법률을 개발‧적용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에 맞춰 법의 시행 및 현장 준수를 위한 전략도 개발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근로자 안전 및 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Q. 그렇다면 ILO에서 앞으로 중점 추진할 부분은 무엇입니까.

각 국가의 자체적인 노력에 발맞춰 ILO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특히 중소기업, 건설 및 농업 분야, 청년 근로자 등 취약부문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 시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 부분은 ILO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한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Q. 전 세계적으로 안전보건 분야에서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사항은 무엇 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고용주 및 근로자 등 산업현장 구성원들의 안전보건 역량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예방문화와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산업재해는 어찌됐든 피할 수 없다’ 는 인식에서 ‘예방하면 피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변화될 때 예방문화라는 개념이 정립될 수 있습니다. 이 점을 각 국가에서 꼭 알아뒀으면 좋겠습니다.

Q. 4차 산업혁명으로 안전보건분야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까요?

급속한 기술발전과 산업구조의 다변화 등에 따라 산업현장의 위험요소 또한 변화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에 의한 정신‧사회적 위험과, 업무 및 작업 공간의 변화에 따른 위험요소가 그 어느 때 보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재해는 작업 조직, 작업 공간에 관계없이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방을 총체적인 목표로 하고 있는 ILO의 시스템 기반 접근법도 다양한 변화에 대응 하는데 유효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특징 이 있습니다. ILO는 앞으로 단순히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그 변화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과 적용에도 주력할 것입니다.

Q. 한국의 사업주 및 안전보건 관계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9월 싱가폴에서 제21회 세계산업안전보건대회가 열립니다. 대회 기간 동안, 산업안전 및 산업보건 발전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진행될 예정입니다. 특히 올해에는 청년 근로자 및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역량 개발과 인식 개선에 초점을 맞춤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청년근로자를 위한 범국가적 행동사항 등을 공유할 계획이니, 한국 사업주 및 안전보건관계자 분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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