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서울관악고용노동지청 지청장

2010년도 고용노동부의 정책 활동도 어느덧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연초 갑작스런 산업재해 증가세로 인해 고용노동부는 올 한해를 비상시국으로 보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단기계획인 ‘사고성 재해감소를 위한 100일 집중계획’을 발표하며 분위기 전환에 적극 나서는 한편, 중장기 계획인 ‘산재걱정 없는 안심일터 만들기 4대 전략’ 등도 내놓으며 안전선진국의 틀을 닦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펼쳤다. 그 결과 산재발생율은 진정세를 보이고 있고, 산업현장에서는 안전을 향한 자발적인 의식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는 고용노동부 본부의 역할도 컸지만, 본부와 일선을 오가며 정책이 현장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발로 뛴 각 지청들의 공이 매우 컸다고 할 수 있다.

본지는 올 한해 고용노동부의 정책이 산업현장에 어떻게 펼쳐졌고, 자리잡아 갔는지를 보기 위해 서울관악고용노동지청을 찾아 강현철 지청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서울관악지청 및 지청장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리지청은 서울시 구로구, 금천구, 동작구, 관악구를 관할하는 지청으로 ▲근로자의 권익보호 및 복지증진 ▲노사관계 안정 ▲산업안전 및 재해예방 ▲근로자 능력개발 지원 ▲고용안전사업 및 취업지원 ▲실업대책 추진 등의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양산지방노동사무소장, 주중국대사관 노무관, 고용노동부 본부 청년고용대책과장 등을 거쳐 올해 9월 이곳의 책임자로 오게 됐습니다.

관할 지역 모두가 중요 지역이지만 제가 가장 중점을 두고 관리하는 곳은 구로·금천구 일대입니다. 이 지역은 과거 섬유·기계중심의 제조공단으로 유명했으나 현재는 1만개의 입주업체를 돌파했을 정도로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대의 지식산업 벤처기업단지로 변모했습니다.

저는 이 단지가 특성을 더욱 키우고 발전할 수 있도록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산업재해예방 등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Q. 평소 산업안전에 대해 갖고 계신 생각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산업안전은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업의 경우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물적자산은 물론 인적자산 측면에서도 큰 피해를 입기 때문에 더욱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산업안전은 자율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도 산업안전을 바라보는 제 주요 시각 중 하나입니다.

산업이 발달하고 기술이 복잡해짐에 따라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한 사항을 세세하게 규정하고 집행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앞으로 정부는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법규 위반 시에는 보다 강력하게 처벌하는 식으로 정책을 집행해야 합니다. 다만 기술과 능력이 부족한 영세사업장 등에 대한 지원은 계속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Q. 최근 관악지청 관내에서의 산재현황에 대해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올해의 경우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지역의 재해율이 9월말 기준으로 0.36%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0.31%대비 0.05%P 증가한 수치입니다.

그리고 산업재해자수는 총 1,479명으로, 전년 대비로 229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사망자수는 19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7명이 감소했으며, 9월 기준으로 사고성 재해자수의 경우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재해자수는 다소 증가했지만, 사망재해 등 중대재해는 일정부문 줄어들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과 기타의 사업에서 전년 대비로 각각 28.3%. 21.3%가 증가하는 등 증가폭이 매우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서울디지털단지가 1만개의 입주기업을 돌파하면서 관내 산업유형이 기존 제조업 위주에서 다양한 업종으로 변화한 것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이에 따라 저희 지청에서는 앞으로 사고성 재해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기타의사업 및 120억미만 소규모 건설현장을 산재감소를 위한 특별행정대상으로 설정하여 집중관리할 방침입니다.

또한 음식업중앙회 지회, 지식산업센터 관리소장협의회 등 직능단체들과 손을 잡고 적극적인 캠페인 및 교육 홍보활동을 펼쳐, 관내 사업장의 안전보건의식을 정착시키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Q. 고용노동부의 ‘사고성 재해감소를 위한 100일 집중계획’이 최근의 산재 감소세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지청에선 이 기간 동안 어떤 활동을 했나요?

우리지청은 100일 집중기간 동안 검찰합동점검 200개소, 사업주 교육 및 순회점검 250개소, 감독관의 재해예방활동 독려 및 책임관리 250개소 등 총 700개소를 대상으로 행정력을 집중했습니다.

특히 이번 집중계획의 핵심인 검찰합동점검의 경우 지난해 14개소에 비해 10배 가량 대상을 확대하여 100일 집중기간의 전반기 동안에 강력하게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사법조치 15개소, 작업중지 9건, 사용중지 3건, 시정지시 212건, 과태료 부과 67개소 등의 처분을 내리면서, 사업장에 경각심을 제고시켜나갔습니다.

이밖에 산재취약사업장 재해예방 순회독려 등 재해예방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활동도 적극 펼쳤습니다.

Q. 우리나라가 유독 산업재해 예방분야에서만 발전이 더딘 이유는?

일단 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사망만인율을 통해 선진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사망만인율은 1.07명으로 미국(0.52)과 일본(0.27), 독일(0.25), 영국(0.07) 등 선진국에 비해 최고 15배까지 높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의식수준 자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수십년간 오직 경제성장만을 우선시해왔습니다. 때문에 이와 동반 발전을 했어야할 안전의식이 소외됐었고, 결국 지금까지도 경제규모에 맞지 않는 안전문화가 남아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향후 안전의식의 전환을 위한 활동들이 범국가적으로 펼쳐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럼 안전의식의 전환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첫 번째로 ‘어린이들에 대한 안전교육’이 강화돼야 합니다. 실제로 선진국들을 보면 어릴 때부터 배운 일상에서의 안전교육이 몸에 배어 성인이 된 후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산업현장이나 기업체에서 일을 하게 되었을 때 매우 자연스럽게 안전을 실천할 수 있는 것입니다.

둘째로 정부 차원에서 기업에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나가야 합니다. 기업체들 입장에서 보면 눈에 당장 보이지 않는 성과인 안전에 대해 소홀히 하기가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세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에서도, 모범적으로 안전교육과 제도를 실천한 기업에게 지원금 등의 혜택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언론과 미디어매체를 활용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합니다. 언론과 미디어매체는 대중들에게 자연스럽게 안전에 대한 경각심과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점도 정부차원에서 적극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동절기 산업재해를 예방키 위해 추진 중인 정책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난 11월 22일부터 이달 17일까지 동절기를 대비해서 건설현장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때에는 ▲동절기 위험요인 관리 상태 ▲안전관리조직 상태 ▲안전교육실시 여부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사용 실태 ▲각종작업계획서 작성 및 이행여부 등이 점검 대상입니다. 특히 콘크리트 양생을 위해 갈탄 등의 연소열이나 할로겐 등의 전기열 사용이 예상되는 현장에 대해서는 질식·화재예방조치 여부도 중점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 점검의 경우 예년보다 더욱 강화시켜 산업안전보건법 전반의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즉시 행·사법조치를 할 예정입니다.

Q. 앞으로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해 중점을 두고 추진할 계획이 있다면?

지속적인 재해예방 활동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간 전체 산업재해율이 0.7%대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에는 오히려 산업재해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기까지 했습니다.

‘재해예방 역량집중 100일 추진’계획으로 이를 감소 추세로 전환하기는 했지만 이러한 효과가 지속되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즉 단기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합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지청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의 유관기관과 함께 ‘산재걱정 없는 안심일터 만들기 4대 전략’ 등 중장기 대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사업도 적극 수립하여 시행할 계획입니다.

Q. 산업현장의 근로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산업재해로 매년 약 9만여명의 재해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이로 인해 연간 약 17조원의 경제적 손실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기업과 국가 경쟁력이 극도로 약화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산업재해를 줄이지 않고서는 선진사회로 도약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럼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선행돼야 할까요? 서두에서 말했듯 저는 우리의 안전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전이 생활화된 문화가 사회 곳곳에 자리잡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각종 재해나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바라보는 우리의 의식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근로자분들께서 안전사고를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인식하시고, 항상 작업에 임하시기 전에 안전을 떠올리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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