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택 건설안전임원협의회 회장 / 삼성건설 안전환경담당 상무

 

최근 건설재해예방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10대 건설사 안전임원들이 뜻을 모아 만든 건설안전임원협의회(CSOC)가 각계의 시건을 끌고 있다. 대한민국 건설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주요 건설사들의 핵심인사들이 모인 만큼 향후 이들이 불러올 파장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이들은 올해 가진 두 번의 만남을 통해 건설안전분야의 난제로 꼽히던 기초안전교육사업의 시행문제와 안전관리자 처우개선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을 정도다. 이처럼 건설안전분야에 새바람을 불러오고 있는 건설안전임원협의회의 김유택 회장(삼성건설 상무)을 만나 국내 건설안전현황, 향후 협의회 추진 계획 등을 들어봤다.


Q. 회장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삼성건설 품질경영실 안전환경담당임원으로 재직하며, 삼성건설의 안전분야를 이끌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건설안전임원협의회(CSOC)의 회장으로도 선출돼 건설재해예방을 위해 업계의 힘을 모으는 한편 정부와 현장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중책도 겸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안전분야에 몸을 담고 있으며, 그간 건설업 최초로 체험안전교육장을 도입․운영하는 등 안전에 있어서만은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이와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작년에는 정부로부터 산업재해 유공자로 선정돼 석탑산업훈장을 수여받기도 했습니다.



Q. 건설현장에서 갖는 안전의 의미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전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기에 마땅히 실천해야하지만 그 실행은 매우 어려운 분야입니다. 특히나 건설현장은 제조산업과 달리 근로자들 대다수의 고용형태가 일용직인데다 업종 특성상 안전사고의 리스크가 매우 높아 안전을 유지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수많은 공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며, 많게는 수천명의 근로자가 좁은 지역에서 한 번에 작업을 하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한다는 게 쉽지 않지요. 하지만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최우선의 가치인 안전을 등한시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그 관리를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아야하는 것입니다.


Q.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말씀해 주신다면?

각계각층의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 산업재해율이 정체를 거듭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 건설분야의 재해를 단시간 내에 줄이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안전기반을 튼튼히 할 수 있는 사회적 기본을 다져나간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이런 기본 다지기의 첫 번째는 ‘관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영자를 비롯하여 임직원, 특히 현장의 관리감독자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근로자들의 관심도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관리감독자들은 근로자들이 안전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관심은 생각을 변화시키고,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변화하는 것입니다. 또 행동이 지속되면 이는 곧 습관이 되어, 결국 안전의 습관화라는 결실을 맺게 합니다.

둘째는 ‘효율적인 시스템’입니다. 과거의 단지 열심히 하자는 식의 단순한 안전활동을 탈피해 효율적인 시스템 경영체제로 나아가야 합니다. 모든 활동은 사전 계획에 의해 이루어질 때만이 소기의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계획된 일은 반드시 실행하고 이에 대한 확인을 통해 성과를 분석한 후 다시 계획을 세워 이를 반복적으로 이행하는 시스템을 구축 ㆍ유지해야 합니다.

셋째는 ‘안전전문가의 지속적인 육성’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현장에는 안전관리자들이 배치되어 안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진두지휘해야할 본사의 안전경영 최고 실무계층에는 안전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최근 들어 저와 같이 안전을 전담하는 임원들이 조금씩 생겨나고는 있지만,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CSOC(건설안전임원협의회)의 설립 목적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끝으로 안전관리 주무부처를 보다 상향해야 합니다. 현재처럼 안전관리를 노동부에서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국무총리실에서 안전을 총괄 지휘하게 해야 합니다. 이는 그간 노동부에서 정책을 잘못 펼쳤다는 것이 아니라 범국가차원에서 안전을 다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안전이 일부 산업분야나 교통 등의 분야에만 국한돼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문에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대다수 국민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이는 결국 안전의식이 미흡한 근로자를 양산하게 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가에서 안전에 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Q. 몸담고 계신 삼성건설에서 올해 펼칠 안전정책?

올해 삼성건설의 안전정책은 글로벌 안전경영시스템 구축입니다. 이제 우리의 무대는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우리 건설사들 나아가 우리나라 산업은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의 고객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세계의 고객은 우리기업에게 글로벌 수준의 실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글로벌 경쟁 시기를 맞이해 우리의 안전관리에도 큰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사고를 예방하는 측면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와 고객의 요구(Needs)에 맞춘 높은 수준의 안전활동을 펼쳐야 합니다. 또한 안전활동을 경영과 분리된 또 하나의 분야로 볼 것이 아니라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삼성건설은 국내법규 및 가치에 맞는 시스템을 더욱 개선․발전시켜 국제적 환경에 맞는 글로벌시스템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우리나라가 유독 산업재해분야에서만 발전이 더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안전의식에 대한 개선활동이 산업현장에만 국한돼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업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건설현장의 안전의식을 높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안전의식 수준이 높아져야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따로 있고 근로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 가정이 따로 있고 나라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유기적인 연결고리 안에서 맺어져 한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한계를 규정짓지 말고 또 제한을 두지 말고 전방위적인 안전의식 개선활동에 나서야 합니다. 즉 가정, 학교, 직장 등 모든 분야를 아울러 안전교육, 활동, 관리가 이루어지는 범국가적인 안전관리체계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이런 체계가 갖춰진다면 모든 국민들이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 알 것이며, 자연스럽게 실천에 나설 것입니다.


Q. CSOC 탄생배경과 현재 중점을 두고 펼치고 있는 활동,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건설안전임원협의회(CSOC)는 건설재해를 예방하는데 있어 건설업체의 역할을 보다 더 강화해야한다는 데 10대 건설사 주요 임원들이 뜻을 모으고 설립한 협의체입니다. 지난 1월 27일 발족했으며, 건설재해 예방과 관련해 노동부와 관련 단체 등에 정책 제언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CSMC, CSMA 등 기존 건설안전실무자나 부서장의 모임과도 연계해 현장 내 즉각적인 피드백을 불러 올 수 있도록 하는데도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각계의 의견을 모아 건설안전과 관련한 현안, 문제점 등을 지속적으로 도출해 낼 것이며, 해결방안 모색에도 적극 나설 것입니다. 또한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30대, 50대 이상의 건설사 안전임원들도 적극 참여하도록 독려할 계획입니다.

Q. CSOC 회장으로서의 포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현황은 산재율이 최근 10여년간 0.7%대에 머물고 있는 등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아직도 수많은 근로자들의 소중한 생명이 꺼져가고 있으며, 행복했던 가정도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고로 인해 이와 같은 불행한 일들이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 위해 CSOC 회장으로써 앞으로 산업재해 예방활동에 적극적으로 앞장설 것이며,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분들과는 마음을 열고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Q. 국내 건설안전의 수준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건설안전 수준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물론 민간 기업에서도 안전경영시스템이 정착돼가고 있으며,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갈 길은 아직도 멀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들과 비교를 함에 있어서도 부족한 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나 이를 단시간 내에 따라잡겠다고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체계적인 기반이 없이 의욕만 앞선 비현실적인 정책 및 활동을 펼치기보다는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서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서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고 이해할 때 건설안전 수준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입니다.


Q. 안전인들과 전국 근로자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두들 경험을 통해 아시겠지만 안전이란 분야는 큰 보람을 주는 분야입니다. 반면에 그 보람을 얻기가 상당히 어려운 분야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안전이 주는 보람을 얻기 위해 늘 고민하고 생각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 할지’ 또 ‘그 폭과 깊이는 어떻게 가늠해야하는지’를 거듭 고민합니다. 하지만 숱한 고민에도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얻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제가 아는 것은 안전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중요하며,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라는 것입니다.

안전인 그리고 근로자 여러분, 때로는 우리들의 노력과 염원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해 우리를 힘들게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좌절하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안전이 사랑하는 내 동료와 상사, 부하직원들의 건강을 지켜주고, 또 그들 가정의 행복을 유지시켜 주고 있다는 것을 명심합시다.

끝으로 모든 안전인들과 근로자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모든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모든 안전인이여 그리고 근로자들이여 다 함께 파이팅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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