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에서 8월에 이르는 하절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고 소리도 없는 살인자가 우리 산업현장을 습격한다. 현장 모두를 벌벌 떨게 하는 그 살인자의 이름은 바로 ‘질식재해’다.

질식재해는 ‘소리 없는 살인자’라 불릴 정도로 그 피해가 심각하다. 일례로 지난해 8월 청주의 모 회사에서 집수조 내부의 배관 수리작업 중 황화수소 중독으로 근로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이 사고의 경우 구조과정에서도 1명의 근로자가 추가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질식재해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12일과 27일 각각 군위와 여주의 양돈농장에서 집수조(피트) 내부 슬러지 제거작업 중 황화수소 중독으로 근로자 4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달 모 회사에서는 설비 보수작업을 위해 맨홀 내부로 들어갔던 근로자 1명이 미생물 증식에 의한 산소결핍으로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하절기에 질식재해가 다발하는 이유는 급격한 기온상승과 함께 강우가 잦아지면서 집수조, 정화조, 맨홀 등의 환기가 불충분해지기 때문이다. 이리되면 제한된 공간에서 황화수소 중독, 산소결핍 등 질식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이런 위험한 환경 속에서 근로자에게 위험정보를 전달하지 않거나 기본적인 안전조치(밀폐공간 미평가, 출입금지 미표시, 가스농도 미측정 등)를 실시하지 않으면 결국 질식재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사실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철에 정화조와 같은 밀폐공간에 들어가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때문에 되도록 여름철 밀폐공간 작업은 삼가야 한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작업을 해야만 한다면, 안전수칙 준수는 필수다.

먼저 환기가 불충분한 제한된 장소에 출입하기 전에는 반드시 산소와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해야 한다. 또 충분히 환기를 시킨 후 작업을 해야 하며 작업 중에도 지속적으로 환기를 실시해야 한다. 특히 작업 전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가 정상일지라도 작업 중 오니, 슬러지 등의 퇴적물로 인해 황화수소 농도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 중 환기 및 유해가스 농도 측정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작업자에 대한 안전보건교육에도 유의해야 한다. 실제 작업자는 물론 일용근로자에게도 산소·유해가스농도 측정 및 환기 방법과 재해자 구조·응급처치 방법 등에 대해 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때는 구출을 위해 출입하는 근로자도 필히 공기호흡기 또는 송기마스크를 착용해야 함을 거듭 강조해야 한다.

사업주와 원청의 역할도 중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해 근로자가 사망할 시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질식재해 예방을 위한 사업주와 원청업체의 세부적인 역할을 살펴보면, 우선 원·하청 작업자의 작업상황을 상시 감시하고 확인할 수 있는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감시인을 밀폐공간 외부에 배치하고 작업자와 감시인간 항상 연락을 취할 수 있는 통신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밀폐공간 출입인원 및 출입시간을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밖에 안전관리체계가 미흡해 질식재해 예방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사업장의 경우에는 고용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에 연락하면 산소·유해가스 농도 측정장비, 환기팬, 송기마스크, 공기호흡기, 구조용 삼각대 등을 무상으로 빌릴 수 있다. 그러니, 장비 부족으로 근로자를 무작정 위험으로 내모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 철저한 준비를 갖춰 올해는 우리 산업현장에서 질식재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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