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3일 경부고속도로에서 한 관광버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버스에 불이 나 10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당했다. 특히 당시 사고의 경우 승객 대부분이 퇴직을 기념해 중국 여행을 다녀오던 부부였던 터라, 그 충격과 안타까움이 더했다.

잠정적으로 사고의 원인은 운전기사의 부주의로 밝혀졌다. 그러나 사고의 모든 책임을 운전기사 한 사람에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관광버스 내 비상구 부재, 비상용 망치 설치 미흡 등 부실한 관광버스 안전관리와 법규 역시 사고 발생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런 허술한 체계는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에 대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당시 관광버스 화재사고를 되짚어보며, 버스 및 내 차에 대한 안전사항에는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 보도록 하자

첫째, 기존의 버스에도 비상구 등 비상탈출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버스에 출입문과 별개로 비상구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 당시 사고와 관련해서도 ‘비상구만 설치되어 있었다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고 당시의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30조’ 비상구 규정을 보면, 승차정원 16인 이상의 자동차는 차체 좌측면 뒤쪽이나 뒷면에 기준에 적합한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 이는 버스 오른쪽 앞 출입문이 이번 사고처럼 장애물 등으로 막힐 경우 반대편 비상구로 탈출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너비 40㎝ 이상, 높이 120㎝ 이상의 비상구는 밖으로 열리는 구조로 하여야하며 열쇠 등 기타 특별한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비상구 부근에는 탈출에 방해되는 장치와 문턱이 없어야 하고, 비상구 주변 좌석은 쉽게 접을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상구 설치규정에도 불구하고 총면적 2㎡ 이상, 최소 너비 50㎝ 이상, 높이 70㎝ 이상의 강화유리로 된 창문이 있는 경우 비상구를 설치한 것으로 본다는 예외규정이 있다. 이 규정을 적용하여 우리나라 대부분의 버스에는 비상구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사고 당시 관광버스는 출입문이 콘크리트 분리대에 밀착되면서 유일한 비상구이자 탈출구가 막히고 말았다. 때문에 사상자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반대쪽이나 뒤쪽에 비상구만 설치되어 있었다면 승객들이 즉시 빠져나와 인명피해가 크게 줄었을 것이다.

다행히 2019년 7월 1일부터는 승차정원 16인 이상의 승합자동차에는 반드시 비상구를 설치하도록 법이 개정되었다. 하지만 기존의 버스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비상구에 상응하는 비상탈출장치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각 창문마다 비상용망치를 비치하자.

버스 내 별도의 비상구를 설치하는 대신 ‘강화유리로 된 창문을 비상구로 대체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에 따라 기존의 버스에는 별도의 비상구를 설치하지 않고 창문 1∼2개만을 만들어 놓고 탈출을 위하여 자동차의 유리를 깰 수 있는 비상용 망치를 비치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시속 100㎞ 이상의 고속주행을 하는 관광버스나 고속버스의 경우 소음 및 공기저항의 최소화 등을 목적으로 버스 옆면을 창문 대신 통유리로 시공되고 있어서 사고가 발생하면 비상용 망치로 유리창을 깨지 않는 이상 탈출이 힘들다. 하지만 현재의 관광버스나 고속버스의 경우 비상용 망치를 규정에 따른 최소 개수인 4개만 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혼돈된 비상상황에서 망치를 찾아 유리창을 깨고 탈출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의 대안으로 각 창문마다 비상용 망치를 비치하여 유사시 누구나 쉽게 망치를 찾아 유리창을 깰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기 쉬운 곳에 비상용 망치 매뉴얼을 비치하자.
비상용 망치를 비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매뉴얼을 통해 사용법을 정확히 알려주어야 한다. 평상시 버스의 TV모니터를 통해 비상용 망치 사용법에 대한 안내영상을 상영해서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비상용 망치를 찾았다 하더라도 힘이 모아지는 유리창의 중앙부분을 때리면 유리창은 깨지지 않는다. 유리창 아래쪽 모서리부분을 때려야만 유리창을 쉽게 파손시킬 수 있다.

혹시라도 차문이 열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오늘 내 차에도 비상용 망치 하나쯤은 비치해 놓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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