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말에서 4월초는 해빙기라고 불린다. 이 시기에는 겨울 혹한기 때 꽁꽁 얼었던 대지가 녹으면서 지반이 약화돼 건축물의 균열이나 붕괴재해의 발생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특히 대규모 절개지, 지하굴착부 등에서의 사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정부는 매년 해빙기를 앞두고 전국 건축물, 시설물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안전점검에 나선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10일까지 전국 건설현장 840여 곳을 대상으로 집중 감독에 돌입했으며, 국토교통부는 2월 22일부터 3월 24일까지의 일정으로 도로·철도·수자원·공항·건축물 등 전국 655개 현장에 대해 해빙기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해빙기 안전점검이 산업현장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국민안전처는 생활주변 급경사지, 낙석 위험지 등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문화재청은 지난 6일부터 3월 31일까지 문화재 분야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산업통상자원부, 산림청 등 여러 정부부처와 지자체도 원자력시설, 산사태 위험지 등 다양한 고위험 시설을 대상으로 해빙기 점검을 전개하고 있다.

가히 점검 규모만 놓고 보면 전국의 해빙기 사고 위험요소가 모조리 발굴, 개선될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을 비꼬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런 노력이 있기에 많은 잠재위험요소가 제거되고 있으며, 재해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정부 주도의 해빙기 안전점검에는 결국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사실 정부가 이렇게 적극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펼친다 한들 모든 해빙기 재해를 완벽히 예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부의 행정력은 무한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정된 행정력으로 드넓은 국토를 일일이 살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즉 재해예방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에 더해 일반 국민들의 노력도 더해져야 한다.

흔히들 비전문가인 일반 국민들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큰 오산이다. 해빙기에는 산업현장이나 건설현장 외에도 실생활 주변의 위험요소가 상당히 많이 있다. 이는 국민들의 시선이 재해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각 가정에서 해빙기 기간 동안 주변의 축대에 배부름 현상은 없는지, 옹벽에 균열은 없는지, 담이 기울어져 있지는 않은지 정도만 꼼꼼히 살펴도 충분하다. 또 위험하다고 의심되는 사항은 ‘안전신문고’를 통해 신고하거나 긴급한 경우 가까운 읍·면·동사무소나 119에 지체 없이 신고만 해줘도 된다. 이런 행동이 바로 대형재난으로 이어지는 일을 막는 것이다.

국민들의 활발한 참여는 선진 안전문화의 정착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하다. 국민 스스로가 주변의 위험요소를 살펴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안전문화인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 정부는 해빙기 안전점검에 국민들이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여러 시민사회단체를 점검에 참여시키고 시민의 제보로 개선된 상황을 적극 홍보하여 노력만큼 더욱 안전해지는 사회를 보여주어야 한다. 아울러 국민들도 자신의 작은 관심이 재난예방의 버팀목이 되고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지름길임을 항상 명심하고 적극적인 안전실천에 나서야 한다. 정부와 국민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재난에 대응한다면 해빙기는 취약시기가 아닌 한 해 동안의 국가안전을 공고히 다지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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