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 안전보건팀장

대다수 산업안전보건 관련 전문가들은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성패가 경영자들의 안전경영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경영자의 의지에 따라 ‘생산성’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업장이 될 수도 있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업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안전보건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경영자들의 안전의식부터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이런 시류를 타고 안전보건경영을 펼치는 경영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국격이 높아짐에 따라 경영자들의 의식도 점차 선진화돼가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국내 경영자들의 대표단체인 경총의 임우택 안전보건팀장을 만나 변화하고 있는 경영자들의 안전의식과 산업안전에 있어 경영자의 역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경총 및 팀장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경총은 1970년 7월 15일, 노사간 협력체제의 확립과 기업경영의 합리화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산업평화의 정착과 경제발전을 도모코자 설립된 경제단체입니다.

이곳에서 저는 산업안전보건분야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분야는 협력적 노사관계의 근간이 되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근로자 개인의 발전 및 기업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분야입니다. 또 더 나아가 국가경제발전의 기틀을 다지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이런 중차대한 사명이 제게 맡겨졌다는 것에 대해 항상 큰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Q 안전에 관해 팀장님께서 가지고 계신 신념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산업안전보건은 단순히 산업재해 차원을 넘어 근로자의 인권 보장적 측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안전과 건강보호는 비단 직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근로자 가족의 행복까지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측면을 볼 때 기업차원에서 쾌적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을 유지하여 근로자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또한 저는 기업의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와 관심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도 가지고 있습니다. 안전보건에 대한 사업장의 자율적인 투자와 관심은 이제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절대적으로 꼭 필요한 필수사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산업안전분야는 다소 규제에 치중된 정부의 정책에 의해 그 실행이 담보되어 왔습니다. 물론 이러한 정책방향이 효과가 없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안전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우리나라의 산업안전 수준을 단시간내 급상승시켰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러나 최근 재해율 감소가 정체를 거듭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 볼 때 더 이상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만으로 효율적인 산재예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제 소견입니다.

이에 대한 대안이 바로 사업주의 자율적인 산재예방정책수립과 이에 대한 투자입니다. 이것만이 선진 산업안전대국으로 가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Q 사업주의 자율적인 산재예방활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선 산업현장에서 과도한 비용과 행정력 낭비를 유발하는 중복적이고 비현실적인 규제부터 개선되어야합니다. 또 사업주의 자율적인 투자와 예방정책수립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도 마련돼야 합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정부의 시각에서 벗어나 사업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아울러 근로자들도 타율적으로 작업에 임하기보다는 자율적이고 적극적으로 작업에 임해야 합니다. 경영자가 안전마인드로 무장을 하는 등 외부적인 요건이 충분하더라도 근로자의 작업에 임하는 태도가 이를 뒤따르지 못한다면 그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정책, 경영자의 리더십, 근로자의 실천의지 이 3가지가 견고하게 맞물릴 때 안전이라는 바퀴는 제대로 굴러갈 것입니다.

Q 현재 경총에서 중점을 두고 펼치고 있는 안전정책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업규모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과 복지수준 뿐만 아니라 안전보건관리 수준도 양극화가 심화된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산업재해도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사회로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취약계층 근로자가 사실상 무방비로 산업재해의 위험에 방치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사업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노사정 공동의 안전보건개선사업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저희 경총이 중점을 두고 현재 추진 중인 정책입니다.

저희 경총은 그동안의 산업안전보건 관련 정책의 대안제시활동과 사업장의 안전보건활동 지원사업에 더하여 영세규모 사업장의 산재예방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방안을 현재 검토하고 있습니다.

향후 차질 없이 사업을 준비하고 실행해 옮겨 이 사업을 저희 경총차원에서만 국한시키지 않고 노동계와의 공동 협력사업으로 확대시키고자 합니다.

Q 산재예방을 위해 경영자들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선두에서 근로자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전은 근로자들이 스스로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영자나 관리자가 근로자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먼저 다가감으로써 상호 친밀감이 형성되면 자연스레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증대되고 이를 통해 모두 한 가족이라는 일체감이 조성되기 마련입니다.

바로 이런 일체감이 산업재해를 예방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경영자(회사)가 안전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관리하지만 근로자들 스스로가 안전의 주체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끔 경영자들은 근로자들의 의식전환과 동기부여에 힘써야 합니다.

Q 산업안전관련 업무의 지방이양과 관련해 경총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안전보건업무가 지방으로 이양된다면 지역적으로 서로 다른 기준이 양립하여 산업현장에서 많은 혼란이 야기되고, 이는 곧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또한 정책집행과 관리감독 기능의 이원화, 지자체의 전문성 부족 등을 고려할 때 실직적인 부작용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선진외국의 산업안전행정조직체계 및 운영방식과도 배치되는 것이며, ILO(국제노동기구) 협약 위반 등 국제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일입니다. 이런 점을 볼 때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확보하고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표준화된 기준을 설정하고 일치된 권한과 책임을 통해 집행해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Q 향후 산업안전보건의 정책방향은 어떻게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산업안전보건활동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가의 책무로써 정부의 정책방향 설정 및 실천의지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우리나라는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에 관한 요구수준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정부는 사업장에 자율안전관리체제의 정착화를 유도하고 이에 맞는 규제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정부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현행 체제를 고용구조와 생산시스템 특성에 맞게끔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즉 조선, 철강, 자동차, 화학업종 등 각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산안법의 제·개정과 산재예방기법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정부, 노·사, 민간단체가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안전문화 확산과 자율적인 안전보건체제의 정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정책의 패러다임 전환도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Q 산업안전과 관련해 경영자측에서 겪는 어려움과 애로사항이 있다면?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근로자들의 안전이 기업의 경쟁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요.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아직도 산업현장에 산적해 있는 중복적이고 비현실적인 규제, 예방효과 대비 부담이 큰 규제들로 인해 빛이 바래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산적해 있는 많은 규제가 진정 산재예방에 효율적인지 또 현장 친화적인지 그리고 사업장의 규제 순응도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지시형규제 일변도의 정책기조를 벗어나 선진국의 안전보건정책처럼 사전적으로 기업의 자율성은 보장하고,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정책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중소규모 사업장 경영진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중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인력 및 자금부족, 경영악화 등 여러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안전보건규제를 모두 준수하기가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산업재해예방에 대한 투자 및 관심도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이런 상황 속에서 무조건 사업주의 책임만 강화하려는 식의 정책은 안 그래도 힘이 부친 중소규모 사업장의 경영진들을 더욱 죄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의 중소기업 사업장이 안전에 대한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정부가 이들 사업장의 실정을 감안한 맞춤형 방안을 내놓는 등 중소규모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체제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Q 안전인들과 전국 근로자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든 사고들은 사소한 원인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일선 산업현장에서 안전점검, 정리정돈, 개인보호구 착용 등의 문구들이 게시되어 있지만 이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기본적인 원칙만 제대로 지켜져도 안전사고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안전은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회성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체크하듯이 매일매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관리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같은 안전습관이 우리 산업현장에 하루빨리 뿌리를 내리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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