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화재 시 연기를 차단하고 불길의 확산을 막아


1999년 10월 30일 오후 6시 57분경 발생한 인천호프집 화재사고. 이 사고는 지하1층 지상4층 규모 건물의 지하노래방에서 시작된 불길이 계단과 피트를 통하여 2층 라이브 호프집으로 확산되면서 피해가 커졌다. 비상구가 막혀 있어 탈출이 쉽지 않았고 순식간에 56명이 사망하고 81명이 부상을 입었다.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은 후진국형 화재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2012년 5월에는 부산 부전동 노래방에서 비상구를 불법 개조하고 물건을 쌓아두어 화재로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우리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이런 화재사고들은 비상구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안타까운 참사라고 할 수 있다.

비상구와 방화문은 화재 발생 등 위급 상황 시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시설이다. 비상구는 건물에 들어가면 주 출입구와 반대 방향에 설치된 출입구로 화재 등으로 주출입구가 막혔을 때 탈출로로 사용된다. 방화문은 화재 시 질식사를 유발하는 연기를 차단시키고 화재가 전파되는 것을 막는 피난 방화시설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비상구를 ‘생명의 문’이라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비상구에 대한 우리의 안전의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3년간(2013~15년) 비상구 폐쇄 등의 위반행위로 연평균 475건의 과태료가 부과되었다.

위반행위의 유형으로는 비상구나 방화문을 폐쇄(잠금)하거나 훼손하는 행위가 77%로 가장 많았다. 방화문에 말발굽 등을 설치하여 용도에 장애를 주는 행위 15%, 장애물 등을 쌓아두는 행위 4% 순으로 나타났다.
비상구 등을 훼손하거나 사용을 못하게 하는 행위는 단순히 과태료가 부과되는 소방법 위반행위가 아니라 이웃과 자신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소방력을 활용한 현장점검과 각종 매체를 이용한 지속적인 홍보에 나서고는 있지만, 비상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지하층의 다중이용업소는 건축허가를 받을 때 주 출입구와 비상계산 등 비상구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으나, 점검을 받은 뒤 비상구를 보관물품들로 막아두거나 잠가두는 경우가 흔하다.

날씨가 추워지면 실내 활동이 늘어나고 난방이 시작되면서 화재위험이 증가할 것이다. 특히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업소와 대형매점 등의 비상구와 방화문 등 피난로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위험상황 발생 시 빠른 대피를 위해서는 비상구 앞에 물건을 쌓아두어서는 안되며, 언제어디서든지 비상구 위치를 알아 두어야 한다.

비상구는 ‘생명의 통로’임에도 불구하고 장애물의 방치, 적치와 비상구폐쇄가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이뤄져 간접 살인행위를 일으키는 장본인이 되고 있다.

비상구에 대한 올바른 안전의식과 그 실천이 다중이용업소 관계자는 물론 업소를 찾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지름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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