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지구 상가 내 839개 점포 전소, 대구시 “재난구역선포 신청 검토 中”
화재 원인 파악에 빠르면 2주 소요
대구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이 11년 만에 또 다시 화마에 휩싸였다. 2005년 12월29일 서문시장 2지구 상가에서 발생한 화재보다 더 큰 규모로 예상돼 생업 터전을 잃은 상인들의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0일 대구소방본부와 대구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8분께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 4지구 상가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인 4지구 건물 1층을 대부분 태우고 위로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서문시장 4지구 상가 내에 있던 839개 점포들이 모두 전소됐다. 그래도 다행히 진화작업 중 부상을 입은 2명의 소방관 외에는 사망 등 큰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직후 대구시와 소방당국 등은 870명의 소방인력과 펌프차와 탱크로리, 구급차 등 100여대의 소방장비를 현장에 급파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한 4지구의 경우 의류 및 침구 등을 파는 상가들이 대부분이어서 남은 잔불을 정리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대구소방의 한 관계자는 “건물 붕괴의 위험성이 있는 만큼,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현장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중구청은 화재가 발생한 4지구 건물의 경우 붕괴 시킨 뒤 새로 지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구청은 화재사고가 발생한 4지구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안전진단 ‘E(사용불가)’ 등급 결과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 대체 상가 확보, 각종 세제 지원 방안 논의 중
이번 화재와 관련해 대구시는 서문시장 상인연합회 등과 지원 대책을 논의하는 등 수습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앞서 시는 화재가 발생한 직후 윤순영 중구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대책본부와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습지원본부, 중구 부구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현장통합지원본부를 구성하고 상인들을 위한 대체 상가 확보, 경영안정자금 보증 지원, 각종 세제 지원 방안 등을 논의 중에 있으며 재난구역선포 신청도 검토 하고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현재 서문시장 피해 상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며 “상인들이 이번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만큼 하루빨리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문시장, 잊을만하면 대형 화재 발생
건물 전체 면적만 9만3000㎡, 6개 지구, 4622개의 점포가 성업 중인 서문시장은 화마(火魔)와 악연이 깊다. 그 시작은 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7년 1월 1일 1지구 포목 상가에서 불이나 점포 전체가 전소된 바 있으며, 1975년 11월 20일 4지구, 1976년 3지구에서 각각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또 2005년 12월 30일 2지구에서 불이나 2지구 상가 전체가 사라졌고 이로 인해 1000여명이 생업의 터전을 잃었다. 당시 상인회 추산 100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로부터 11년 만인 지난달 30일 4지구에서 또 다시 대형화재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처럼 화재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하자, 이번만큼은 확실하게 사고에 대한 원인파악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 중부경찰서 안재경 수사과장은 1일 정오께 대신119안전센터 앞에서 브리핑을 열고 “현재 경찰과 소방, 과학수사 연구소, 전기‧가스안전 공사 등 40여명의 유관기관으로 구성된 감식팀이 조사 중에 있다”라며 “화재 감식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빠르면 2주, 길면 1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 과장은 “폐쇄회로(CCTV)를 면밀히 분석해 정확한 화재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태영 기자
anjty@safety.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