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성 높은 물질임에도 안전규정 미약해

우리 실생활 주변에는 안전규정이 미흡하거나 허술해 건강을 위협하는 물질이 많다.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알루미늄’이다.

음식점에서 라면, 김치찌개 등을 주문하면 흔히 ‘양은냄비’에 조리를 해서 준다. 우리는 ‘양은’이라 알고 있지만 사실 양은이란 ‘양잿물’과 같이 서양에서 넘어온 ‘은’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실제로는 알루미늄이다.

양은냄비에 짜고 매운 자극성 음식을 조리하면 알루미늄 성분이 쉽게 용해되어 음식물과 함께 우리 몸속으로 유입된다. 그중 대부분은 대소변으로 체외 배출되지만 약 1% 정도는 우리 몸속에 남게 된다.

양은냄비 뿐만이 아니다. 속이 쓰릴 때 먹거나 마시는 위장약 대부분이 상당량의 알루미늄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또한 김밥 등 간단한 간식을 포장하는 호일, 참치나 꽁치 등의 통조림, 청량음료 캔 등도 모두 알루미늄이다.

이렇듯 알루미늄은 우리생활에 널리 쓰이며, 없으면 상당히 불편해지는 귀중한 존재다. 헌데 그 이면엔 상당한 무서움이 도사리고 있다. 알루미늄을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다양한 건강장해가 유발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가볍게는 두통, 빈혈부터 심각하게는 불임, 암, 알츠하이머성 치매까지 다양한 질병에 걸릴 수 있다. 특히 치매환자의 사후 부검결과, 50% 이상에서 알루미늄이 두뇌에 축적된 것이 보고된 바 있으므로 알루미늄과 치매는 무관하다 할 수 없겠다.

이런 사실 외에도 알루미늄의 많은 유해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에 유럽을 비롯한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알루미늄 주방용기의 사용을 자제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만약 사용을 해야 한다면 양극산화처리를 하여 표면강도를 높이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강제규정이 사실상 없다. 한국공업규격 KS D 8301(알루미늄 및 알루미늄합금의 양극산화피막)을 보면 양극산화피막의 두께를 6~25마이크로미터 내에서 5종류나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상공업자에게 피막두께의 선정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는 대다수의 양은냄비가 국민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다. OECD 국가 어디에도 이처럼 허술한 안전규정은 없다. 헌데 우리나라에는 이런 규정이 버젓이 있다.

알루미늄으로부터 국민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적극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우선 정부는 알루미늄 주방용기의 피막두께를 선진국처럼 20마이크로미터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또 알루미늄 성분의 위장약에 대한 신중한 허가와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아울러 알루미늄을 대체할 수 있는 마그네슘소재 및 아연소재의 주방용기 사용을 적극 권고해야 한다.

알루미늄 주방용기의 피막두께를 강화하고, 위장약의 대체 성분을 찾기 위한 노력에는 분명 돈이 더 들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불필요한 낭비가 아니다. 국민의 안전을 돈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경제논리로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방임하지 않았으면 한다. 생활 주변의 사소한 것부터 안전을 최우선하여 바꾸어 나간다면 머지않아 안전 선진국 대한민국도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