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안전교육이 생활화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필요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 체육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지금처럼 놀거리가 다양하지 않던 시절이라, 친구들과 뛰어 놀고 운동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바깥 날씨를 확인하곤 했다. 비가 오면 체육시간이 이론수업이나 자습시간으로 대체될 거라는 생각에 실망하곤 했었다. 당시에는 실내체육관이 없어서 비가 오면 운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 체육시간에는 몸은 교실 안에 있었으나 눈동자는 창문을 향했고 마음은 운동장에 있었다.

그 시절 체육시간 중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뜀틀을 처음 배우던 시간이었다.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시범 동작을 보고나서 직접 달려가 뜀틀을 넘어야 했다. 내 차례가 다가왔을 때 어떻게 뛰어야 할까, 실수해서 반 아이들에게 놀림당하면 어쩌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하지만 직접 뜀틀을 뛰어서 넘어간 후 느꼈던 기분과 감동은 지금도 가끔 기억이 난다. 한 번 성공하고 난 후 다음 번 시도는 식은 죽 먹는 것처럼 쉬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전체험관과 관련된 정책을 검토하고 고민하면서, 문득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몸을 움직여야 하는 것은 머리로 암기하기 보다는 직접 체험해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 한다’는 경험이었다. 각종 재해와 재난 발생 시 행동요령도 뜀틀처럼 직접 익혀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된다.

위기상황 시에는 무의식적으로 몸이 먼저 반응한다. 교실이나 직장 등에서 책이나 동영상을 통해 안전 지식을 습득한다 하더라도 몸으로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특히 어린 시절에 반복적으로 체험한 안전 경험은 몸에 각인되어 일생동안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그래서 체험을 할 수 있는 안전체험관이나 체험시설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55개소의 안전체험관이 운영 중이다. 건립 중인 14개소를 포함하면 총 169개소가 된다. 이 중 대형 체험관이 20개소, 중형 체험관이 20개소인데, 이는 우리나라 인구 125만 명당 1개소 수준에 불과한 개수이다. 또한 지역별 특성이나 위험요소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체험관 규모나 구성 프로그램 등에 대한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안전교육의 중요성이 이슈화됨에 따라 안전체험관 건립 요구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10개의 학생안전 체험관을 추가로 건립 중이며, 해양수산부에서도 경기 안산시와 전남 진도군에 해양안전체험관을 건립 중에 있다. 국민안전처는 이러한 제반 여건을 감안하여 안전체험관 표준모델과 확충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8월 말까지 실시한 연구용역을 토대로 전문가 자문을 받고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신규로 8개의 체험관을 건립하기로 하였다. 대형 체험관의 경우 서울·광주·경기에, 특성화 체험관은 인천·울산에, 중형 체험관은 충북·경남·제주에 건립할 예정이다.

또한 유형별 건립규모, 건립비, 체험 프로그램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화재체험, 지진 및 태풍체험, 화생방체험, 응급처치 체험 등의 체험시설이 포함하도록 하였다. 콘텐츠 구성방식에 있어서도 체험관별로 영상 시청, 직접체험과 가상현실체험(VR)·증강현실체험(AR) 등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최근 지진이 일어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재난안전사고 발생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기존에 지어진 체험관을 잘 관리하고, 신규로 건립될 체험관에 대해서는 표준모델을 반영하여 국민들에게 다양한 분야의 안전체험 기회를 제공해 나가겠다. 국민들도 안전교육이 생활화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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