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상류층일수록 피해율은 낮지만 가해율은 높아

직장인 85.4%가 직장 괴롭힘 방지법 원해

직장 괴롭힘으로 인한 인적 손실액이 약 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종사자 수가 많은 15개 산업을 선정해 총 3000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국내 15개 산업분야의 직장 괴롭힘 실태 보고서’를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직장 괴롭힘으로 인한 인건비 손실 비용은 총 4조7835억원에 달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이 964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도매 및 소매업(6560억)’, ‘숙박 및 음식점업(5017억)’,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4225억)’, ‘건설업(3086억)’, ‘교육서비스업(2973억)’ 등의 순이었다.

참고로 인건비 손실액은 직장 괴롭힘 피해자가 근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1일 근로손실시간을 괴롭힘 가해자 등과 비교해 산출한 후, 여기에 시간당 임금을 곱해 산정했다.

직장 괴롭힘에 연루된 형태를 분석해보면 ‘피해자’는 22.7%, ‘가해자’는 3.5%, ‘목격자’는 19.6%, ‘해당 없음’은 54.3%였다. 계약 형태별로는 비정규직(28.1%)의 피해율이 정규직(21.3%)보다 높았다. 사회경제적으로는 중하위층(25.5%)과 하위층(23.5%)의 피해율이 상류층(15.1%)보다 높았다. 반면, 상류층의 가해율(16.2%)은 가장 높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상류층의 가해율이 높다는 것은 국내 조직문화가 권력집단의 가해 행위를 허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직장 괴롭힘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조직의 문제이며, 그 대응 역시 조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집단별 직장 괴롭힘을 조작적 피해자와 주관적 피해자로 나눠 산출한 결과 각각 21.4%와 4.3%로 집계됐다. 조작적 피해율이 높은 산업은 숙박·음식점업(27.5%),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26.0%),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서비스업(25.0%) 등이다. 주관적 피해율이 높은 산업은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7.0%),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6.0%) 등이다. 조작적 피해자는 직장 괴롭힘 행위의 해당 목록 중 하나 이상의 괴롭힘을 지난 6개월간 주 1회 이상 반복하여 겪은 사람을 의미한다. 주관적 피해자는 근로자 스스로 6개월 이상, 월 1회 이상 직장 괴롭힘을 겪었다고 답한 경우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은 만연하고 있지만 회사 차원의 대응과 그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 및 신뢰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괴롭힘에 대응하기 위한 고충처리담당 부서와 담당자가 회사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없다’고 답한 비율이 48.7%, ‘있는지 모르겠다’는 답변은 30.5%였다. 반면 고충처리담당 부서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8%에 불과했다.

근로자가 괴롭힘에 대응하는 방식도 주로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졌다. 가해자에게 직접 맞대응하는 경우는 35.9%, 주변 사람에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27.3%였다. 상사나 회사 내 상담부서에 호소하는 경우는 10% 미만에 불과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반영하듯 전체 근로자의 85.4%가 ‘직장 괴롭힘 방지 법령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괴롭힘 비율이 가장 높은 평사원이 법령 제정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직장 괴롭힘은 국가적으로 수조 원대의 인건비 손실을 유발하는 사회적인 문제”라며 “정부차원에서 직장 괴롭힘에 실효성 높게 대응하고 감시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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