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 연구개발 방향,‘사업주 규제중심’에서‘근로자 지원중심’으로 전환
안전보건 연구개발 방향,‘사업주 규제중심’에서‘근로자 지원중심’으로 전환
  • 김보현
  • 승인 2016.09.28
  • 호수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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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면 前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정부의 효율적인 산재예방 사업 수행을 목표로 1989년 7월 12일 설립된 공공연구기관이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선진화를 위한 각종 조사·연구·기술개발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한편, 최근에는 급속한 기술발전과 산업구조의 다변화 등 안전보건 트렌드를 반영하여 미래 대응형 정책 및 기술의 연구개발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혁신과 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인 만큼, 연구원에 대한 각계의 기대와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에서, 안전보건연구원이 짊어진 책임감은 실로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지난 9월 1일부로 공단을 나와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연구교수로 자리를 옮긴 권혁면 제9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을 만나 연구원이 중점 추진 해온 활동과 그간의 성과,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최근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TV 프로그램에 출연, 안전과 관련한 강의도 하셨는데요. 원장님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본래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1979년 일반 대기업에 입사해 화공플랜트 설계 및 수출업무를 담당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강순중 前안전보건공단 부산지역본부장님의 권유를 받고 지난 1995년, 고민 끝에 몸담았던 회사를 뒤로하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이후 공단 화학공장위험관리실 기술위원, 전문기술실 실장, 안전연구실장, 울산지도원장 자리를 거쳐 지난 2014년 9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벌써 연구원장으로써 근무한지도 2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현재는 후학 양성에 꿈을 펼치기 위해 지난 9월 1일부로 공단을 나와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연구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민간 대기업에서는 회사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공단에 소속돼 있을 때는 국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신념으로 업무에 임했습니다. 그 때의 ‘자긍심’은 지난 20년간 대한민국 산업현장의 안전을 위해 저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달려올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Q.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을 이끌어 가시는데 있어 특별히 중점을 두셨던 부분이 궁금합니다.

연구원장으로 취임 후 가장 먼저 연구원의 중점 발전방향을 담은 ‘연구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했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산업안전보건 정책연구기능을 강화했습니다. 이를 위해 경제학, 심리학 전문가 등 사회과학분야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여, 기술연구 분야로 편중됐던 연구역량을 기술연구와 정책연구가 균형·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왔습니다. 그 결과, 고용노동부와의 협업체계가 대폭 강화된 것은 물론, 자체과제의 비중도 크게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두 번째로, 선제적인 연구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안전보건 이슈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했습니다. 각 연구부서별로 시기적 적절성, 현장 적합성, 파급 효과성 등이 높은 연구 과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토록 하고, 이슈별 특성을 고려해 장·단기 연구과제로 분류·선정하면서 그 연구 방법을 차별화하는데 힘써왔습니다.

세 번째로, 연구 과제 추진과 그 절차에 있어 소통과 투명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정책 당국 및 노·사·민과의 유기적인 소통·협의를 강화했고, 이를 바탕으로 당해 연도 연구사업은 원칙적으로 수립된 중장기 연구계획에 의거해 일관성이 유지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수행 근거에 대한 지지와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연구결과의 현장 적용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막대한 연구비를 들여 결과가 나왔다 해도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없다면 그 연구의 가치가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연구결과의 활용 방안을 찾는데 고민해 온 결과, 최근에는 우리의 연구결과물인 ‘과전류 알림기능을 탑재한 리셉터클’의 실용신안 기술력을 산업화하는데 성공하는 결실을 거두었습니다.

이는 우리의 연구 결과물이 현장 기술력 확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였습니다. 실례로 국내 중소기업들이 실용신안 내용 등 연구원의 기술을 이전 받아 ‘과전류 알림기능을 갖는 멀티콘센트 및 이동식 코드릴’ 등의 안전제품을 생산한다면 2017년부터 약 20억원 상당의 관련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Q. 현재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추진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연구원은 올해 기본적으로 산업안전보건 정책의 논리적 근거가 되는 정책연구를 비롯해, 현재와 미래의 안전보건 문제에 대응하는데 중점을 둔 연구 과제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산업구조의 다변화 속에 감정노동 등 정신적 위험요인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정신건강 관련 연구를 대폭 확대(2건→5건)한 가운데, 화재·폭발사고 예방을 위한 프로젝트 연구, 나노물질 연구, 화재폭발 영향도 및 사고 해석모델 연구 등 최근 사회적 이슈를 반영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에 준공된 국제 수준의 만성흡입독성 시험시설의 조기 안정화와 신뢰성 확보를 위해 급성·아만성·만성 독성시험(14건)을 추진하는 한편, 불량품 제조·유통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및 안전인증기준의 국제기준 부합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향후 연구원의 추진계획을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까지 정부의 제4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 및 산재예방혁신 마스터플랜의 성공적 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와 전문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신기술, 신종 화학물질 도입·사용 등 변화하는 안전보건 트렌드를 감안해 안전보건 영향 평가를 실시하는 한편, 노·사·민·정과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여 안전보건 주체 간 역할도 재정립해나갈 방침입니다. 그밖에 ‘사업주 규제중심’에서 ‘근로자 지원중심’으로 안전보건 연구개발 방향을 전환해, 산업안전정책 및 기술의 실효성도 확보해 나가고자합니다.

Q. 산업현장의 안전관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우수한 안전관리로 명성이 자자하던 울산의 모기업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회사 내부적으로 큰 자괴감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철저한 안전관리를 펼치고 있었다고 생각했음에도 사고가 발생하면서 그만큼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입니다.

그 이후 울산의 안전부서장들 입에서 나온 이야기가 “안전은 기술을 넘어 인문”이라는 말입니다. 이처럼 최근 안전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즉 기술에 편중될 것이 아니라 심리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안전보건의 트렌드입니다. 제가 연구원장으로 취임해 사회과학분야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21세기 안전관리자는 기존의 역할범위를 넘어 안전문화를 중심으로 하되 심리학을 포함한 인문학 분야를 두루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탕이 되었을 때 급변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산업현장의 안전관계자 모두 이 점을 꼭 알아두시고, 회사의 안전 분위기를 확립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권혁면 前연구원장]

권혁면 前원장은 화공분야의 전문성과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화학사고 예방문화의 선진화에 크게 기여해왔다. OECD 화학사고예방 부의장을 역임한 가운데, 2011년에는 ‘마르퀴즈 후 이즈 후 인 더 월드(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등재된 바 있다. 또한 미국 NSC 로버트캠벨상 심사위원, 안전학회 화공안전부문위원장, 한국위험물학회 국제부회장, 화공안전기술사회 회장, APOSHO 기술위원회 의장 등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왔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연구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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