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작업의 위험성 제대로 알아야

추석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던 지난 10일 우리 산업현장에서 또다시 비보가 전해졌다. 경기도 김포의 한 주상복합건물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4명이 숨진 것이다. 당시 지하에는 모두 6명이 배관 용접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들 중 A(64)씨와 B(45)씨 등 근로자 4명이 우레탄폼 연소 시 발생되는 독가스인 시안가스(시안화수소 : HCN)에 질식해 숨졌고, 2명은 구조는 됐으나 현재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다.

이번 사고는 최근 몇 년간 전국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여러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화재사고(사망 4명), 2014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고(9명 사망), 2016년 3월 서울 강서구 오피스텔 화재사고(2명 사망) 등이 바로 그것이다. 사고 원인, 발생 형태 등이 매우 유사하다.

사고 발생 시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하고, 민간 안전관리전문기관이 전국 현장 및 사업장을 돌며 용접작업 시 화재·폭발 예방대책에 대하여 그 위험성을 전파하고 예방법을 교육한다. 그런데도 매년 공사현장에서 유사한 화재·폭발재해가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으니 안타깝고 비참한 심정을 금할 길 없다.

용접작업은 건설현장 뿐 아니라 조선업, 기계제조 분야 등 대부분의 산업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일반적인 작업이다. 흔한 작업이기에 안전수칙도 상식에 가까울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안전불감증이다. 작업자들은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용접작업에 대해서 무감각하다. 게다가 작업에서 발생되는 용접 흄으로 인한 불꽃이 벽면 단열재 우레탄폼에 튀더라도 상당기간 이를 인지하지 못해 사고를 키우기도 한다.

용접자격에 대한 허술한 관리체계도 재해를 불러오는 원흉이다. 용접작업은 용접기능사 자격이 없는 일반인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인력부족으로 상당수 현장에서 화기작업허가서를 형식적으로 발급하다보니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특히 일부 공사현장에서는 용접 작업 시 소화기 비치나 불꽃비산방지포 설치, 보호구 착용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작업을 시키기도 한다.

용접작업은 이처럼 허술하게 진행해도 될 만큼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화재·폭발 등 사고 발생시 다수의 사망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매우 위험한 작업이다. 실제 2012년부터 5년간 공사현장 화재·폭발사고로 164명이 재해를 당했는데, 이중 22명이 숨졌다.

이제 우리는 용접작업 시 발생될 수 있는 화재·폭발재해의 위험성에 대하여 제대로 인식하여야 한다. 아니 인식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해예방을 실천에 옮겨야한다.

그 초석은 무관심과 무지에 의해 발생되는 사고부터 막는 것이다. 용접작업을 하기 전에는 작업 반경 내(11m) 불티 등에 의한 발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소화설비를 철저히 구비해 놓아야 한다. 또한 물통과 건조사(마른모래), 소화기, 용접불티를 받는 불꽃비산방지포를 설치하는 한편 용접 작업 중에는 가연성·폭발성 유독가스 존재 및 산소결핍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사하고, 작업자는 개인보호장비 착용을 기본으로 무전기 등 관리자와 비상연락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용접작업 후에는 불티가 남아 있는지 30분 이상 확인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준수하면 용접작업시 발생되는 화재·폭발재해의 대부분을 막을 수 있다.

월리엄 하인리히가 1:29:300 법칙에서 강조했듯, 대형사고는 우연히 또는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전에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 즉, 큰 사고 전에는 반드시 수많은 관련 징후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명심하고 모든 현장이 용접작업에서의 작은 위험성도 철저히 관리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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