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내터널의 기적…버스 전도사고에도 유치원생 21명 전원 무사

지난 2일 오전 또 한 번의 끔찍한 참사가 발생할 뻔했다. 부산 기장군 곰내터널 정관 방면 300m 지점에서 유치원 미니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져 터널 양쪽 벽을 연이어 들이받은 뒤 전도된 것이다. 차량 옆면이 크게 훼손되고 유리 대부분이 깨졌을 정도로 작지 않은 사고였다. 게다가 사고 버스에는 운전기사와 인솔교사 1명, 5~6세 유치원생 21명이 타고 있어 큰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유치원생 2명만 찰과상 등의 작은 부상을 입었을 뿐 대부분이 큰 상처 없이 무사했다.

이 기적이 가능했던 이유는 기본을 철저히 준수한 인솔교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솔교사는 유치원생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안전벨트를 착용토록 지도했고, 사고가 난 이후에는 유치원생들을 모두 버스 밖으로 대피시킨 후 마지막으로 버스에서 나왔다. 참된 스승이자 우수한 안전요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시민들의 수준 높은 안전의식과 적극적인 구조도 이번 사고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사고 직후, 뒤따르던 차량에서 내린 한 시민이 버스 안을 살핀 다음 119에 구조요청을 하며 급히 손짓을 했고 연이어 1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어 구조작업을 도왔다. 시민들은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을 달래가며 21명의 원생 전원을 침착하게 버스 밖으로 대피시켰다. 이어 시민들은 인솔 교사와 함께 터널 난간에 아이들을 올려놓아 만약의 사고에까지 대비했다. 이 과정은 마치 고도의 훈련을 받은 구조요원들에 버금갈 정도로 신속했고 침착했다.

이번 사고는 평소 기본을 철저히 준수하고 사고 발생시 숙지한 대로 침착하게 대피와 구조에 나서면 아무리 큰 사고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 피해자가 어린 유아원생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악몽 같은 두 가지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하나는 전 국민이 아는 세월호 사고이고, 또 하나는 지난 7월 광주 모 유치원 통학버스에서 발생했던 원생 방치사고다.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은 수백명의 학생을 버려두고 가장 먼저 홀로 대피했다. 그로 말미암아 안 그래도 큰 사고가 역사상 최악의 참사가 되고 말았다. 사고 책임에 대해서도 회피와 거짓말로 일관하는 그에게서 선장으로서의 일말의 책임의식도 찾아볼 수 없었다.

광주 유치원 통학버스 사고의 주범들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유치원 인솔교사 정모(28·여)씨와 운전기사 임모(51)씨는 지난 7월 29일 오전 8시 58분께부터 오후 4시 42분께까지 25인승 통학버스 안에 원생 최모(4)군을 방치했다. 잠깐 잠이 든 최군을 확인하지 않고 교사와 운전기사가 버스 문을 닫고 먼저 가버린 것이다.

그날 광주의 낮 최고기온은 35.3도로 폭염경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그 ‘뜨거움’을 8시간 가까이 온몸으로 견뎌낸 4살의 아이는 결국 실신했고 아직까지 사경을 헤매고 있다. 안전 및 책임의식이 없는 교사와 소명의식이 없는 운전기사로 인해 4살의 어린아이는 설사 깨어난다 하더라도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됐다.

이 두 가지 사고 정도는 아니여도 최근 우리사회의 슬픈 현실을 비추는 소식이 반복적으로 들려오며 많은 국민들이 적잖은 실망감에 빠져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곰내터널의 기적 같은 일은 가뭄의 단비 같았다. 앞으로 이런 영웅들이 더욱 많아져 우리나라가 참된 시민들이 주가 된 안전으로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