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안전장비 없이 밀폐공간에 진입하는 것은 自殺행위

지난 20일 우리 산업현장에서 또다시 안타까운 비보가 전해졌다. 청주의 한 공장에서 정화조를 점검하러 간 근로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태에 빠지는 참변이 벌어진 것이다.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철에 정화조와 같은 밀폐공간에 들어가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때문에 되도록 여름철 밀폐공간 작업은 삼가야 한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작업을 해야만 한다면, 밀폐공간에 진입하기 전 산소와 유해가스 농도를 체크하여 안전성을 확인한 후 산소마스크 등의 호흡기 보호장비를 착용한 다음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사실 이 같은 밀폐공간 질식재해 예방법은 산업현장에서는 상식에 가깝다. 매년 여름철이 되면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밀폐공간 질식재해 위험경보’를 발령하고, 여러 민간재해예방기관은 전국 현장을 돌며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예방법을 전파한다. 그런데도 매년 밀폐공간 질식재해가 지속 발생하고 있으니,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밀폐공간 질식재해가 반복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위험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작업자들은 밀폐공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근로자들 중 상당수는 이상한 냄새가 나거나 숨을 쉬기가 곤란해도 참고 일한다. 또 일부 사업주들은 위험한 작업환경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작업을 시키기도 한다. 이 모두 위험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사고는 눈에 띄는 위험으로 인해 발생하지 않는다. 위험이 눈에 보이면 사람들이 이를 제거하거나 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눈에 위험이 들어오지 않게 되면 안전을 소홀히 하게 되고, 이것이 결국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밀폐공간 질식재해’다.

밀폐공간 질식재해는 사고 발생시 사망 등 중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실제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177명이 밀폐공간 질식재해를 당했는데, 이중 과반이 훨씬 넘는 92명이 숨졌다.

이제는 밀폐공간 질식재해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아니, 아는 선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재해예방을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그 시작은 우선 무관심과 무지에 의해 발생하는 사고부터 막는 것이다.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하기 전에는 특별교육을 16시간 이수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되어 있다. 최소한 이 규정이라도 철저히 지켜서 해당 작업자들이 위험을 인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어 보호구 착용을 당연시 하는 문화를 사업장에 정착시켜야 한다. ‘밀폐공간 질식재해’는 예방이 어려운 재해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명확한 예방법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작업 전 산소농도 측정 ▲호흡용 보호구 착용 ▲충분한 환기 실시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준수하면 질식재해의 대부분을 막을 수 있다.

흔히 안전에 대해 ‘습관이자, 실천’이라고 말을 한다. 이대로만 하면 위험이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에 상관없이 해당 작업 및 해당 작업장소에 따른 안전수칙을 습관처럼 준수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럼 당연히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언제나 자유로울 수 있다.

부디 이번 질식재해가 순간의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것은 평소 버릇처럼 몸에 배인 안전수칙 뿐이라는 것을 명심하게 하는 마지막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