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 해소를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 절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한 스크린도어. 스크린도어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시기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롭게 개통된 광주지하철 1호선에 스크린도어(안전문)가 최초로 설치됐다. 당시 지하철 승강장에서 자살사고와 추락사고 등이 지속 발생하자 이용객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하지만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는 근로자들에게 스크린도어는 안전문이 아니다.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로 둔갑한 지 오래다.

지난달 젊은 청년의 목숨을 앗아간 구의역 사고 역시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중 발생했다. 또 2013년과 2015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매달 스크린도어와 관련해서 1000여건의 고장이나 장애가 발생한다고 하니 수리·정비업체 근로자들의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헌데 이 문제가 스크린도어 사고에만 국한된 것일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에만 9만여명이 산업재해로 부상을 당하고 있고, 이 가운데 180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자 1만명 당 사망자수를 나타나는 사망만인율은 1.01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는 안전 선진국인 영국(0.05), 일본(0.27), 미국(0.35) 등에 비해 작게는 2.9배에서 많게는 2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재해자가 많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이른바 3대 재래형 재해(넘어짐, 떨어짐, 끼임)가 전체의 47.9%를 차지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전체 재해자의 81.6%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고착화된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안전혁신 마스터플랜과 산재예방 5개년 계획 등 재해예방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그 성과가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의 가장 큰 원인은 우리사회 구성원의 안전의식, 그리고 사회적인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산업안전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법이다.

하지만 무사안일주의는 안전수칙을 무시하는 폐해를 야기시켰고, 무한 성과주의와 경쟁체제는 인간존엄과 안전을 무시해도 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결국은 우리사회에 만연된 안전불감증을 해소하지 않는 한 구의역과 같은 사고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 노사민정 각 주체들은 국민행복을 위해 안전이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특히 안전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사회적인 인식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안전을 단순히 소모되는 비용이라고 인식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 안전문화는 절대 뿌리를 내릴 수 없다.

안전의 가치에 대해 국민 모두가 공감해야 안전의식이 제고되고, 안전을 실천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다. 안전은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있을 때에만 확보될 수 있다. 아울러 안전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천이라는 것을 마음 속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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