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통합체계 조기 정착 위해선 국민들의 관심과 협조가 필수


전화는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발명한 이후 인류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 되었다. 전화를 통해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지켜주는 긴급신고는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다. 긴급신고는 재난·사고와 범죄 신고가 주요 내용이며,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게 다른 번호보다 간단한 번호가 부여된다. 세 자리 화재신고번호 119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35년 10월 1일 자동식 전화가 최초로 설치되면서 부터이다.

2013년에 나온 미국영화 ‘더 콜’은 하루 26만8000건, 1초에 3건의 신고가 쏟아지는 미국의 911센터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영화 속 살인범에게 납치된 소녀가 절박한 상황에서 전화를 건 번호가 911이었고, 주인공인 911센터 요원 ‘조던’의 침착한 대응으로 소녀가 살아날 수 있게 된다. 긴급전화는 실로 ‘생명의 전화’였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재난신고 119와 범죄신고 112 외에도 해양사고(122), 학교폭력(117), 미아신고(182) 등 18개의 긴급신고전화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번호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잘 이용되지 못하고, 긴급 시 시간을 허비하게 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2014년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119와 112는 국민의 98%가 인지하지만 나머지 18개 긴급신고번호의 인지도는 21% 미만이었다. 응답자의 79.2%가 “신고번호를 잘 모르겠다”고 했고, “신고번호 축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90%에 달했다. 국민들이 쉽게 이용하도록 긴급신고번호를 인지도 높은 번호로 단순화하여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민편의 제고와 재난·사고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긴급신고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긴급신고는 119(재난)와 112(범죄)로, 비긴급 신고는 110(민원·상담)으로 통합하여 7월부터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10월에는 전면서비스 할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도 긴급신고전화는 911로, 민원신고전화는 311로 분리 운영하고 있고, 영국과 독일 등 OECD 34개 국가 중 28개 국가가 긴급과 비긴급을 별도 운영하여 이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긴급신고가 통합되면 국민들은 긴급상황에서 119 또는 112만 기억해 빠르게 신고하고, 긴급하지 않은 민원 사항은 110으로 전화하면 된다. 긴급신고 통합으로 국민의 신고 편의성은 높아지고, 긴급과 비긴급 전화 구분으로 소방과 해경, 경찰의 출동시간이 단축되어 골든타임이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관계기관 간 협업기능도 개발되어 신고내용, 신고자 전화번호, 신고위치 등의 정보가 자동으로 공유되어 다른 기관으로 이첩되는 경우도 이중으로 묻지 않아 신고와 대응이 빨라진다. 뿐만 아니라 영화 ‘더 콜’에서 911센터 신입직원이 출동명령 이후 확인할 수 없어 궁금해 했던 화재 진압상황, 환자후송 상태, 범인검거 등의 진행상황 관리기능도 이번에 개발되어 관계기관 간 공동대응이 원활해진다.

긴급신고 통합 자체만으로는 골든타임이 저절로 확보되지 않는다. 2014년 한 해 동안 119에 걸려온 신고전화 999만건 중 27%, 112에 걸려온 1900만건 중 44%가 비긴급전화나 장난전화였다. 긴급하지 않은 신고는 비긴급 전화(110)를 이용함으로써 정말 긴급한 사람들이 긴급전화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국민들의 의식이 더해져야 골든타임이 확보될 수 있다. 이 긴급신고 통합체계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들께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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