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뿐만이 아닌 모든 기업이 도입·시행해야

신년을 맞아 정부가 많은 정책을 내놓았다.

완화되는 정책이 있고 강화되는 정책도 있으며 신설된 정책도 있다. 안전분야의 경우는 전반적으로 정책이 강화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건설과 소방분야의 제도가 기존에 비해 강화됐다.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공공공사 입찰에 있어 ‘종합심사낙찰제’가 시행되는 것이다. 이는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그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던 ‘최저가낙찰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짐을 의미한다.

그동안 최저가낙찰제도에 대한 문제점은 수없이 지적되어 왔다. 특히 건설분야에서 그러했다. 최저가낙찰제는 건설사로 하여금 실제 공사비에도 못 미치는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게끔 만든다. 이런 상태로 입찰을 따낼 경우 다시 저가로 하도급을 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부실공사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공사비가 부족해 숙련된 전문가나 좋은 자재를 쓸 수 없는데다,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공기단축에 열을 올리게 되니 어찌 보면 사고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낙찰가에 대한 거품을 제거하겠다는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예정가격의 60%도 안 되는 낙찰가격이 난무하면서, 우리 사회에 부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저비용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지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이것이 바로 최저가낙찰제가 불러온 가장 큰 폐해라고 할 수 있다. 비용 절감만이 건설현장에서 최우선 가치가 되면서 안전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이에 정부는 결단을 내렸다. 올해부터 국가에서 계약하는 공사에 대해 안전보건활동 등 사회적 책임 이행 수준과 공사 수행 능력 등을 종합 평가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종합심사낙찰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안전사고의 원흉으로 손꼽히고, 공사 품질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받던 ‘최저가낙찰제’를 정부가 앞장서 역사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비록 공사금액 300억 이상의 공공공사 계약에 한해서만 시행이 되긴 하지만, 점진적으로 공사 규모와 업종을 확대한다는 중기적 계획이 있는 만큼 향후 안전 선진국에 더욱 가까이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올해 안전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바로 이 ‘종합심사낙찰제의 도입’이라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종합심사낙찰제의 도입’이 진정한 혁신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보완되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대중소 모든 건설사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제도로 거듭나야 한다. 최근 지역의 중소규모 건설사들은 ‘종합심사낙찰제의 도입’이 대형 건설사에게 공공공사를 몰아주는 제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형 건설사에 비해 지역 건설사는 시공실적과 배치 기술자 보유 기준 등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어 대형사에 일감 독점현상이 일어날 것이고 지역 건설사는 대형사의 하도급 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설명이다.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희생을 최소화해야 한다. 지역 중소건설사의 우려를 해소하지 않으면 ‘종합심사낙찰제’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또 정부만이 아닌 모든 기업이 참여하는 제도로 키워야 한다. 이번 ‘종합심사낙찰제’ 시행의 가장 큰 취지는 정부가 앞장서 시행함으로써 일반 기업들의 도입과 참여를 유도하는데 있다. 헌데 정부만 ‘종합심사낙찰제’를 시행하고 기업은 계속 ‘최저가낙찰제’를 선호한다면, 결국 안전 불균형의 대한민국으로 성장하고 말 것이다.

‘종합심사낙찰제’가 정부의 의도대로 안전 선진국을 향한 발판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을 신속히 개선해서 안전 최우선 문화를 사회전반에 정착시키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기업 역시 안전문화 조성에 책임감을 갖고 도덕적 경영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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