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인 안전관리가 계속되면 안전제일은‘거창하지만 실속은 없다’는 뜻의 고사성어가 되고 말 것

산업안전에서의 ‘안전’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안전의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삶속에서 흔히 쓰는 안전이 위험하지 않거나 위험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면, 산업안전에서 안전은 재해가 발생하지 않거나 재해를 당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목적과 의미가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재해예방의 측면이 강조된 ‘산업안전’은 대략 20세기에 들어설 무렵 등장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안전은 인위적인 관리의 대상이 아닌 자율적인 문제였다. 안전에 관리의 의미를 부여한 최초의 사례는 ‘US스틸(United States Steel Corporation)’로 알려져 있다.

US스틸은 1901년 금융기업인 JP모건의 자본지원 하에 당시 최대의 철강회사였던 카네기제강회사 등 10개 사가 통합을 하면서 설립됐다. 14억 달러라는 거대한 자본금으로 태어난 회사지만, 이 회사가 처음부터 철강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덩치만 큰 이 회사를, 시장을 대표하는 진정한 선도기업으로 탈바꿈 시킨 것은 제2대 사장인 엘버트 헨리 게리(Elbert Henry Gary)였다. 설립 초기 US스틸의 경영방침은 ‘생산제일’이었다. 헌데 이 방침과 달리 생산성은 그리 좋지 못했다. 게리 사장은 그 이유가 안전에 있다고 봤다. 위험한 근로환경과 반복되는 재해가 생산성을 저하시킨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그는 생산에 앞서 근로자의 안전을 먼저 챙겼다. 그것이 ‘Safety First’ 즉 ‘안전제일’의 스타트였다. 당시만 해도 ‘안전제일주의’는 의구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얼마되지 않아 이런 의혹의 시선은 모두 사라졌다. ‘안전제일주의’가 재해감소, 품질 향상, 생산성 향상이란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그렇게 ‘안전제일’은 기업 경영의 제1의 가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금의 ‘안전제일’은 그 색이 바랬다. 본질은 잊혀지고 껍데기만 남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안전제일’은 일상적인 구호이자, 근로자의 작업복과 모자에 늘상 붙어있는 흔하디흔한 마크가 돼버렸다. 이대로 계속 방관하면 ‘안전제일’은 “거창하지만 실속은 없다”는 뜻의 고사성어가 되고 말 것이다.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전제일’은 역사가 증명하는 기업 성장과 발전의 비법이다. 누가 이 소중한 비법을 허울뿐인 껍데기로 만들었을까. 법이기 때문에 억지로 안전관리를 한 사람들, 안전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 사람들, 나 하나쯤 안전활동에서 빠져도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 다른 이가 나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 생각한 사람들, 안전을 투자가 아닌 소모적 비용이라 생각한 사람들 등등이 모두 범인이다.

‘안전제일’이 껍데기로 전락해가며 우리는 헤아릴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겪어야만 했다. 구호뿐인 현 상황을 벗어나 안전이 추구하는 바가 예나 지금이나 훗날이나 다름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안전제일을 모르는 이는 없다. 이제부터는 ‘안전제일’의 의의를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형식이 아닌, 법적 울타리 내에 있기 위함이 아닌, 타의적 관리가 아닌, “스스로 나서서 함께하는 안전”을 해야 한다. 안전이 진정으로 삶의 제일이 됐을 때만이 풍요로움과 행복, 지속적인 성장을 거머쥘 수 있음을 다시는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이제 껍데기가 아닌 본질에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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