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대 안전사고 총정리

안전문화 정착 위한 노사민정 협력 필요
새해엔 안전선진국으로 가는 디딤돌 놓아지길…


다사다난 했던 2015년 한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 역대 최저의 산업재해율 달성이 기대되지만, 한편으로는 올해 역시 대형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들 사고를 보면 우리사회에 ‘안전불감증’이라는 병폐가 얼마나 깊숙이 뿌리내려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안전의 현주소를 되짚어보고, 이것이 안전 선진국으로 가는 디딤돌이 되길 바라면서 부실한 안전관리, 미흡한 안전의식이 원인이 되어 발생했던 2015년도의 주요 재해를 모아봤다.


1. 의정부 아파트 화재 참사, 불연자재 사용이 주원인

1월 1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10층짜리 D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130여명의 사상자가 났다. 이 사고로 D아파트는 물론 인접한 10층짜리 아파트와 14층짜리 아파트, 4층짜리 상가건물 등이 화마를 입었고, 5명의 사망자와 12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조사결과, 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1층 외부 주차장에서 오토바이 키를 뽑을 의도로 키박스를 라이터로 가열해 불이 났고, 이 불이 바람을 타고 인근 건물로 옮겨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는 아파트 화재사고와 관련해 여러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먼저 화재가 난 건물 3개 동 외벽이 불에 잘 타는 재료로 지어졌다. 건축비를 아끼려고 외벽에 값싼 가연성 스티로폼 단열재를 붙이는 방식으로 시공된 것이다. 여기에 자동잠금 방화문이 설치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피난시설인 완강기 옆에 에어컨실외기 등이 설치돼 있던 상태였다. 부실시공과 감리소홀에 대한 문제점도 존재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사고를 계기로 아파트 안전대책을 내놓았다. 6층 이상 건축물의 외부에는 불연재료로 마감을 해야 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내용이다. 기존에는 30층 이상에 대해 불연재료를 사용토록 했었다.

아울러 건축물 1층 부분을 필로티 구조로 할 경우 유사시 피난에 문제가 없도록 대피통로를 설치해야 하며, 천장과 벽체 부분은 난연성 마감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이는 화재 당시 현관 앞에 주차된 오토바이의 연소로 피난이 어려웠고, 천장에 가연성 단열재를 사용해 화재가 급속히 확산되었던 점을 감안한 것이다.


2. 부산 조선소에서 크레인 구조물 붕괴

1월 21일 오전 9시 46분경 부산 영도구 청학동에 위치한 모 조선소에서 선박건조용 40톤급 지브크레인의 무게 중심을 잡는 평형추(윈치) 구조물이 15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크레인 위에서 해체작업을 하던 근로자 김모(58), 문모(59), 허모(61)씨 등 3명이 추락해 숨졌다. 또 지상에서 작업 중이던 박모(56)씨는 추락한 구조물에 깔렸다가 2시간여 만에 구조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 사고는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였다. 크레인 해체작업 시 안전장치가 없었던 것은 물론, 크레인 기사와 현장작업자 등에 대한 안전교육도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당시 현장책임자 등은 근로자들에게 안전에 대해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3. 강화도 글램핑장 화재사고 발생, 7명 사상

지난 3월 22일 오전 2시 13분경 인천 강화도의 동막해수욕장 인근 모 글램핑장(텐트와 야영장비 일체를 대여해 주는 곳)에 설치된 텐트에서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이모(38)씨와 두 아들, 이씨의 중학교 동창 천모씨와 아들 등 5명이 숨졌고, 이씨의 둘째 아들 이군(8)과 구조작업을 돕던 박모(43)씨 등 2명이 화상 등 부상을 입었다.

이 사고는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캠핑장의 안전관리에 경종을 울린 사고였다.

관광진흥법 개정시행령에 따르면 캠핑장 등 야영장은 게시판·소화기·대피소·대피로 및 관리요원 등을 확보해야 하지만, 참사가 빚어진 글램핑장은 무등록 시설이다 보니 이러한 안전장치가 없었다.

또 불이 난 텐트가 화재에 취약한 구조라는 점도 화를 키웠다. 내부에는 TV와 냉장고, 커피포트 등 전열기구가 비치돼 있고, 바닥은 전기온열 매트가 깔려있었다. 특히 외부는 불이 붙기 쉬운 가연성 소재로 돼있다.
때문에 불이 나고 25분만에 진화됐지만 텐트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잿더미로 변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텐트 내 전기, 가스, 화기 사용을 전면금지하고 글램핑장에서는 방염 처리된 천막을 사용토록 하는 등 강도 높은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또한 미등록 야영장에 대해서는 내년 2월 4일부터 폐쇄조치를 취한다는 강경한 입장도 밝혔다. 동시에 야영장 안전점검(매월 1회), 야영장 사업자 및 종사자들의 안전교육, 야영장 표준이용수칙 제작·배포 등의 안전대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강경한 대책에 대해 캠핑장 업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이러한 안전대책이 현장에 정착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 용인 도로건설현장서 교량상판 붕괴, 9명 사상

3월 25일 오후 5시 18분경 경기 용인시의 국지도 23호선 3공구(남사~동탄 5.4㎞구간) 건설현장에서 콘트리트 타설작업 중 12m의 교량상판이 갑자기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교량 상판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이씨(67)가 숨졌고, 이모(57)씨는 다발성 골절과 폐출혈로 중상을, 그 외 7명은 경상을 입었다.

이 사고는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였다. 경찰 조사결과, 이날 사고는 교량상판 거푸집에 쏟아 부은 콘크리트 1000t의 하중을 동바리 등의 지지대가 견디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방서에는 교량옹벽 콘크리트 타설을 완료한 뒤 콘크리트가 굳은 상태에서 교량상판을 타설하도록 돼 있었지만, 시방서와 달리 당시 교량옹벽, 교량상판에 대한 콘크리트 타설을 동시에 한 것이 문제였다. 또한 설계도면 상에 기재된 60㎝, 90㎝ 간격의 수평재가 아닌 120㎝ 간격의 수평재가 다수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문제점으로 인해 교량상판이 힘을 제대로 받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5. 울산 케미칼 폐수저장조 폭발사고, 총체적인 문제점 노출

7월 3일 오전 9시 16분경 울산 남구 여천동의 H케미칼 공장 내 폐수저장조가 폭발해 배관설비 증설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근로자 이모(55)씨 등 6명이 숨지고 인근에 있던 경비원 1명이 다쳤다. 이씨 등은 당일 오전 8시 30분부터 저장조 위에서 폐수배출구를 추가로 설치하기 위해 배관 용접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이 사고도 안전에 대해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먼저 해당 사업장의 폐수저장조는 1996년 환경부의 녹색기업으로 지정된 이후 폐수처리시설에 대한 관계기관의 지도·점검에서 배제돼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3년 단위로 녹색기업 갱신을 받으면서 시와 관계기관의 정기점검을 받지 않고 업체 자체적으로 점검해온 것이다. 특히 폐수가 위험물질이 아니다보니 소방당국의 위험물 관리점검마저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작업 전 안전조치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문제점도 있었다. 폐수저장조 내부 공기순환장치인 ‘블로어(blower)’ 밸브가 2주 동안 잠겨있었는데, 그 기간 동안 폐수에서 발생한 가연성 가스가 잔류해 있다가 용접작업 시 폭발한 것이다. 현장 관리자들도 가스의 축적여부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해당 사업장 전체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 총 294건의 산안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방폭용 전기·기계기구 성능유지 불량, 폐수처리설비 안전난간 부적정 설치, 관리감독관 직무 미이행, 특별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기계에 대한 방호조치 미흡 등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6. 동대구역 환승센터 붕괴사고도 ‘인재’(人災)

7월 31일 오전 11시 4분경 대구시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환승센터 공사현장에서 시멘트 골조 작업 중이던 근로자 12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근로자들이 지하 6층에서 철판을 바닥에 깔고,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하던 중 넓이 79.3㎡의 상판이 한쪽으로 미끄러져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지하 6층에서 작업 중이던 기장공과 타설공 등 11명이 지하 7층으로 떨어져 부상당했다.

직접적인 사고 발생원인은 브래킷 용접 불량과 이를 확인·검측하지 않은 ‘공사관리의 부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현장은 톱다운 공법으로 지하층을 시공하고 있었다. 톱다운 공법이란 지하 외부벽체와 기둥을 먼저 시공한 후 지상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지하층 굴착과 구조물을 시공해 지하구조물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7. 청주에서 발생한 지게차 사고, 산재은폐 의혹으로 이슈

7월 28일 오후 1시 45분께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의 한 화장품 제조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이모(35)씨가 지게차에 받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게차 운행에 대한 안전관리도 문제였지만, 이 사고가 더 크게 문제시 됐던 것은 사고 발생 후 대처과정이었다.

사고 발생 직후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회사 측은 자신들의 지정병원을 부르겠다며 구조대를 돌려보냈다. 그러나 지정병원의 구급차가 제때에 오지 않자 결국 회사측은 이씨를 회사 승합차에 태워 지정병원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약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체되면서 이씨는 다발성 장기 손상에 따른 복부 내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이로 인해 늦장 대응과 함께 산재은폐의 시도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이 업체는 지난해도 산업재해 3건이 발생했지만, 관계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은폐한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더 키웠다.

이 사고는 결국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됐다. 여야 의원들 모두가 산재은폐 문제를 산업안전 분야의 당면과제로 꼽으며, 산재은폐 사업장에 대한 처벌강화와 산업안전감독관의 증원 등의 종합대책 마련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8. 돌고래호 전복사고, 세월호 사고의 복사판

9월 5일 오후 낚시어선 돌고래호(9.77t)가 제주 추자도를 출발해 전남 해남군 남성항으로 향하던 중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탑승자 중 3명은 구출됐지만, 18명은 숨지거나 실종됐다.

이 사고도 안전관리에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사고의 복사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에도 초기대응이 논란이 됐다. 돌고래호의 위치신호가 레이더에서 사라진 시간은 5일 오후 7시 39분이었다. 그리고 한 시간 뒤인 오후 8시 40분 추자 해경안전센터에 돌고래호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해경본부에 공식 보고는 이보다 23분 뒤인 오후 9시 3분에 이뤄졌다. 돌고래호 위치신호가 사라지고 1시간 반이 지나도록 사고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사고 초기 수색지역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경은 돌고래호가 조류에 따라 표류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추자도 동쪽해역을 집중 수색했지만, 돌고래호는 통신이 끊긴지 약 11시간 만인 6일 오전 6시 25분경 수색 지역과 정반대인 하추자도 서쪽 섬생이섬 부근에서 해경이 아닌 근처를 지나던 어선에 발견됐다. 생존자인 3명은 그때까지 전복된 배에 매달려 기다리다가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승선인원 명단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 출항 신고 시 제출된 승선원 명부에는 22명이 기재돼있지만, 이 가운데 4명은 실제로 타지 않았고 명단에 없는 3명이 타 총 21명이 승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밖에 해당 선박의 안전검사 문제와 함께 승선자들의 구명조끼 미착용, 기상악화 속에 무리한 운항 등 사고와 관련한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이 사고는 세월호 때와 마찬가지로 안전불감증이 부른 참극으로 결론지어졌다.


9. 국가경제를 뒤흔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5월 20일 국내에서 메르스 환자(중동호흡기증후군)가 처음 확인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여행하고 돌아온 68살 남성 A씨가 고열과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난 지 9일 만에 부인과 함께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병원 여러 곳에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바이러스를 옮긴 뒤였다. 이후 우리나라는 순식간에 전 세계 2위 ‘메르스’ 발병국이 됐고, 방역체계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수습에만 70일이 소요됐다.

혼돈의 기간 동안 186명의 확진환자 중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민 1만6752명이 집안에 격리 조치됐다가 해제됐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의료기관 106곳과 일부 약국, 상점 등도 직격탄을 맞았다. 최초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을 포함해 삼성서울병원 등은 십수일 간 자진 또는 강제 폐쇄됐다. 현재 우리 정부는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에 골몰 중이다. 관련 법률안만 30개가 넘게 쏟아졌다. 정부는 24시간 긴급상황실, 감염병 전문치료체계 구축, 의료환경 개선, 거버넌스 개편 등을 주축으로 한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을 내놨다.

메르스 사태는 지난 7월 28일 사실상 종식 선언됐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음성 판정받은 환자 두 명은 지금도 치료 중이다.

 


10. 매뉴얼 준수의 중요성을 알려준 분당 화재사고


12월 11일 오후 8시 18분경 경기도 분당구 수내동 S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1층 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서 시작된 불은 불과 3분여 만에 외벽을 타고 12층 꼭대기까지 번졌다.

당시 건물 2층의 수학학원에선 고등학생 250여명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지만 사망자나 중상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단지 5명 정도의 학생만 연기 흡입으로 인해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번 사고는 여러 면에서 지난 1월 의정부 D아파트에서 발생했던 화재사고를 떠올리게 했다. 두 건물 모두 1층을 주차용 공간으로 비워둔 이른바 ‘필로티’ 구조로 돼 있었고, 외벽도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입힌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했다. 불이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해 불과 몇 분도 안 돼 건물 꼭대기까지 번진 것도 비슷했다. 유사한 화재사고였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완전히 달랐다. 의정부 D아파트 화재사고에서는 5명이 숨지고 139명이 부상을 당했던 반면 분당 S빌딩 사고의 경우 소수의 경상자만 발생했다.

분당 S빌딩의 화재 피해가 작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매뉴얼이 철저히 준수됐기 때문이다. 우선 책임자들의 비상 상황 시 대응절차가 매우 체계적이었다. 학원 강사들은 화재 사실을 긴급히 알린 후 최대한 학생들을 안심시키며 마지막 한 명까지 안전히 대피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평소 철저했던 방화시설 관리도 사고 피해를 줄이는데 큰 몫을 했다. 연기의 확산을 막는 방화문이 이중으로 설치돼 있었고 두 방화문 모두 제대로 닫혀 있었다. 소방당국의 신속한 출동도 피해를 줄이는 요인이었다. 소방차가 들어갈 수 있는 넓은 진입로가 확보되어 있어서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5분만에 현장에 도착해 빠른 진화작업에 나설 수 있었다.

분당 화재사고는 평소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고 비상 대응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다면 사고로 인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공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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